[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지난해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 때, 국정원 직원이 경찰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결과 발표를 사실상 독촉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진행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찬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과 수사2계장은 당시 국정원 직원과 연락을 주고 받은 정황에 대해 이같이 진술했다.
김 전 계장은 검찰이 지난해 12월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대치사건' 당시 국정원 직원 안모씨와 수 십 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경위를 묻자, "댓글수사를 고의로 늦추는 것 아니냐"는 국정원 직원의 독촉에 어쩔수 없이 응대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전 계장은 "안씨가 계속 댓글수사 분석을 고의적으로 늦추는 것 아니냐고 하길래 우리는 총력을 다하는 중이고 자세한 건 수서경찰서에 물어보라고 했다"면서 국정원에 협조했다는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김씨는 또 안씨의 독촉전화는 수일에 걸쳐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경찰의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아울러 제기됐다. 그는 "밤늦게 계속 전화를 해서 짜증이 났다. (하지만) 국정원에 밉보여 정보보고에 부정적 평가가 올라가면 승진이 날아갈 수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대선을 나흘 앞둔 12월15일 오전 김 전 계장이 서울청 수사과장 주재의 증거분석관련 회의에 참석한 직후인 10시16분쯤 안씨에게 문자를 보냈을 때, 댓글 분석의 진행사항을 안씨에게 알려준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계장은 "절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상부로부터 국정원과 불필요하게 접촉해 오해사지 말라는 권고를 받고는 안씨의 휴대폰으로 온 전화는 거의 받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하드디스크 분석이 주로 14일 밤부터 시작됐는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이 그렇게 독촉하는 것은 이해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김 전 계장은 같은날 오후 7시30분쯤 자신이 먼저 안씨에게 전화를 걸어 5분여간 통화를 한 뒤 문자를 주고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다만 "국정원과 협의할 것이면 직접 불러서 하면되지 멍청하게 기록에 남게 했을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김 전 계장과 안씨의 전화통화·문자 내역에 따르면, 이들은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 대치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6일 사이에 50여차례에 걸쳐 밤낮 구분없이 전화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청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올해 안에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말쯤 검사가 김 전 청장에 대해 구형을 하면, 이르면 1월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건과 함께 선고되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원세훈 사건의 증거조사가 어느 정도 더 돼야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댓글녀'로 알려진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노트북에 대한 검증도 실시했으나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전 청장의 다음 공판기일은 14일 오전 10시다.
◇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