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트(터키)=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터키 이즈미트의 현대차 터키공장에서 동남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공장.
현대차(005380)의 협력사 중 하나인 '호원'의 공장이다.
'호원'은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로 지난 2009년 터키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호원 터키공장'은 현대차가 유럽 자동차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함께 동반성장할 터키 내 현대차 협력사 8개사 중 한 곳이다. 4만1851㎡(1만2700평)의 부지에 건물면적만 3만3267㎡(1만100평)에 달하는 규모.
◇터키 이즈미트에 위치한 현대차의 협력사 '호원' 터키공장.(사진=이한승기자)
지난 7일(현지시간) 방문한 공장에는 쿵쾅 거리는 소리와 금속 타는 냄새 등이 가득했다. 자세히 보니 수많은 공정에서 금속 강판을 프레스로 찍어내고, 금속을 용접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호원 터키공장'에는 한국인 주재원 10명과 현지인 65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이 배치된 각 공정을 통해 강판이 프레스에 찍혀 도어, 플로어, 루프 등 차체의 프레임으로 만들어지며 조립되게 된다. 근로자들은 프레스에서 나온 강판을 날카로운 눈으로 면밀히 체크했다. 프레스로 찍어내다 보니 공장 내부는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했지만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업무를 할 때는 예민한 모습이었지만 서로 간의 친근함을 잃지는 않았다. 서로 마주치며 웃으며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아 딱딱한 공정 속에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공존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형제의 나라' 관계를 맺고 있다는 터키여서 그런지 내부에서 일하는 현지인 근로자 중에는 기자를 보고 "꼬레(코리아)?",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근로자들도 있었다.
3만㎡가 넘는 건물에 수많은 공정이 배치돼 있는 만큼 이곳에서 만들어진 부품은 다양했다. 리어 플로어 라인에서만 무려 67개의 부품이 조립될 정도다.
호원 터키공장 관계자는 "'클린(무결점) 부품 공급시스템'으로 불리는 철저한 사전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불량률 제로에 도전할 정도로 품질을 믿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i10(위)과 i20.(사진=이한승기자)
이같은 자신감 속에 만들어진 부품들은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소형 차량인 i10과 i20 모델에 사용된다.
유럽에서는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가진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다. 현대·기아차는 이같은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터키 공장을 유럽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삼을 방침이다.
특히 현대차 터키공장이 생산량을 10만대에서 최근 20만대로 증설하기로 하면서 그에 맞는 협력사의 지원이 필요했다. '호원 터키공장'은 신형 i10 부품 생산라인을 새롭게 구축하는 등 현대차와 호흡을 맞췄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20만대 출하에 맞춰 공장을 가동하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는 게 호원 내부의 평가다.
'호원 터키공장'은 가동 첫해인 지난 2009년 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10년 133억원, 2011년 239억원, 지난해 296억원 등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신차 효과로 인해 매출 증가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도 신형 i10 납품 물량으로 인해 36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생산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무려 51.9% 증가한 547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호원 터키공장의 현지 근로자가 프레스에서 나온 프레임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이한승기자)
터키를 유일한 해외 현지법인으로 두고 있는 호원은 이번 기회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런 와중에 해외공장을 건설한 협력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한 부품 협력사의 입장에선 물량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해외공장 투자가 리스크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해외법인 설립 전 컨설팅 실시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무관세로 강판 등 원자재 제공 ▲물류·생산 등에 쓰이는 전산시스템 구축 ▲초기 품질 확보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부품의 완벽한 품질이 완성차의 품질은 물론 협력사의 성장과도 직결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뒷받침 때문일까. 공장 내에서 만난 한 한국인 근로자는 "터키에 와서 근무한지 4년 째인데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며 "조금 있으면 한국에 있던 가족들도 터키로 온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현대차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최근 진행한 10만대 증설과 함께 협력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상옥 호원 터키공장 법인장은 "우리 공장이 터키에 진출하면서 현대차와 더 가까워져 적기에 부품 공급이 가능해졌고 품질도 더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게 됐다"며 "20만대인 생산규모를 향후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협력사와의 상생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본격 질주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