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축구)FC서울 준우승, '잠글 수밖에 없었다'

입력 : 2013-11-09 오후 11:41:55
◇FC서울의 최용수 감독. ⓒNews1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광저우의 '머니파워' 앞에 FC서울의 현실적인 방법은 잠그기였다. 그 잠그기가 처음에는 통했으나 결국 해제되며 서울은 아쉬움을 삼켰다.

FC서울을 비난하기에는 처음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묘사된 어려운 승부였다.

FC서울이 우승컵을 앞에 두고 물러났다. 2013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결승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용수(40)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9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중국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열린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ACL 결승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서울은 지난달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 홈경기에서 2-2로 비겼기에 우승을 위해서는 3-3이상의 무승부나 승리가 필요했다.

◇축구는 돈으로도 할 수 있다?

서울은 지난 2002년 전신 안양 LG가 ACL 이전 대회인 아시안클럽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둔 바 있다. 이후 올해를 포함해 3번 ACL 본선에 올랐지만 지난 2009년과 2011년 모두 8강에서 멈췄다.

과거를 회상하며 서울은 기회가 왔을 때 꼭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결과는 '머니파워'를 앞세운 광저우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머니파워로 무장한 광저우 구단은 이번 ACL에서 우승할 경우 선수들에게 총 1억3000만위안(약 226억원)의 승리 수당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저우는 투자 효과를 거뒀다. 이번 ACL 우승으로 상금 150만달러(약 16억원)과 함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권까지 얻었다.

최용수 감독은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광저우는 돈으로 끝내 우승을 샀다. "축구는 손이 아닌 발로 하는 것"이란 최 감독의 주장도 있었지만 "축구는 발이 아닌 돈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란 주장도 이번에는 나올 수 있게 됐다.

돈만으로 축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력에 관심과 돈이 들어왔을 때 이기기는 어렵게 됐다. 아시아축구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광저우 공격을 이끄는 외국인 선수 3명(무리퀴, 다리오 콘카, 엘케손)의 몸값은 220억원에 달한다.

220억원이면 국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1개 구단 운영비보다도 많거나 비슷한 금액이다. 광저우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연봉도 16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쯤이면 "아시아의 맨체스터시티"라는 말도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이번 결승은 그런 의미에서 비난할 수 없는 한판이 됐다.
 
◇현실적인 선택은 잠그기 밖에 없었다

2차전에서 최용수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나왔다. 서울은 전반을 잔뜩 움츠리다가 후반을 기약했고 굳건히 골문을 잠갔다. 최전방 공격수 데얀도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오며 전반에는 수비에 치중했다.

차두리의 복귀는 이런 부분에서 반가웠다. 차두리는 지난 1차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날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장한 차두리는 눈에 띄는 움직임으로 서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차두리는 광저우 왼쪽 공격수 쑨시앙을 틀어막았다. 때로는 과하지 않은 공격 가담으로 공격 전개하는 과정에서 볼줄기를 이었다.

하지만 전반 버티기 이상의 무엇인가는 나오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윤일록이 고명진 대신 그라운드에 들어섰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특히 후반 13분 엘케손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서울의 계획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서울은 후반 17분 데얀이 에스쿠데로가 찔러준 공을 차 넣으며 만회골을 뽑았다. 이른 시간에 추격했으나 끝까지 탄력을 받지는 못했다.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서울이 본연의 색을 잃었을 때 택할 수 있는 변화는 많지 않았다.

6만 여명 가까운 중국 팬들의 함성은 서울 선수들을 압박했다. 200명에 가까이 취재신청을 할 만큼 중국 언론의 관심도 대단했다. 홈 텃세가 아닌 진정한 홈 이점이었다.

◇K리그 독주에 중국발 '자본' 나타나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응원단. ⓒNews1

아직까지 ACL에서 K리그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K리그는 포항(2009), 성남(2010), 전북(2011), 울산(2012), 서울(2013)이 5년 연속으로 이 대회 결승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정 국가 프로팀이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5년 연속 진출한 것은 아시아 클럽 대항전이 출범한 1967년 이후 처음이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단일 국가가 5회 연속 결승에 진출한 사례는 5번에 불과하다.

올해 FC서울을 포함해 K리그 팀이 결승에 오른 횟수는 총 16회로 사우디아라비아(11회), 일본(7회), 이란(7회)에 비해 월등히 많다. 우승횟수도 총 10차례 달성하며 일본(5회), 사우디아라비아(4회), 이란(3회)와 비교해 독보적인 우위를 점했다. 이제 여기에 중국이 1번의 우승을 적어 넣게 됐다.

중국의 과감한 투자는 이제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K리그에 던지는 의미도 크다. 비단 돈 문제뿐만이 아니다. 관심과 꾸준한 손길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의 무관심과 중계 외면은 "차라리 투자와 관심이 뜨거운 광저우가 우승하는 게 아시아축구 발전을 위해서 낫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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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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