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美 테이퍼링 우려 재부각.."신흥국, 떨고 있니?"

입력 : 2013-11-13 오후 3:56:49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안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따라 신흥국 시장에 또 다시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테이퍼링 12월에 시작될 확률 매우 높아"
 
현재 월가에서는 연준이 연내에 테이퍼링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달 초만해도 연준이 내년 1월 이후에나 테이퍼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의 10월 고용지표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이 깜짝 성적을 기록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는 20만4000명 늘어나며 시장의 예측(12만5000명)을 크게 웃돌았고, 3분기 GDP 성장률도 2.8%를 기록하며 예측치(2.0%)를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연내 테이퍼링을 암시 혹은 요구하는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지며 12월 테이퍼링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가 12월 중으로 시작될 확률도 매우 높다"고 말하며 올해 안에 테이퍼링이 실시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도 미국이 12월에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증권금융산업시장협회(SIFMA) 연례회의에서 "연준이 12월에 경기부양 통화정책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지 않으면 미국 경제에 버블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버키 헬위그 BB&T 자산운용 수석부사장은 "다시 시장의 관심이 연준으로 쏠리면서 테이퍼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며 "연준이 테이퍼링을 내년 3월까지 미루기 보다는 12월에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흥국 통화 '출렁'..금융시장 불확실성 ↑
 
연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신흥국 통화가치와 주식시장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버냉키 쇼크'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헤알·달러 환율 추이(자료=인베스팅닷컴)
지난주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3.7% 하락하며 헤알·달러 환율이 2.3370헤알로 상승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가치도 달러대비 2.3% 떨어졌고 인도의 루피화 가치도 2.8% 하락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와 터키의 리라화, 멕시코의 페소화, 러시아의 루블화도 달러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라히카 라오 DBS 싱가포르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를 재점화하며 달러화 가치는 높아지고 취약통화의 가치는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단기성 투기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투매를 반복할 수 있다며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했던 지난 5월보다 더 급격한 매도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식시장도 하락세다. 최근 일주일 사이 브라질 증시는 3.7% 이상 내렸고 인도의 센섹스 지수도 3.4% 하락했다. 남아공 증시 역시 3%에 가까운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크지 않아
 
신흥국 시장은 이미 지난 5월과 6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감으로 한바탕 홍역을 겪었다.
 
지난 5월 버냉키 연준의장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신흥국 시장에서는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며 외환위기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심각한 자본유출을 겪었다.
 
하지만 신흥국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여름 신흥국에서 빠져나갔던 자금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며 극심한 신흥국 통화 매도세가 되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지면서 신흥국의 통화가 적정가치에 근접해 있어 매도세가 일어나더라도 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드윈 구티에레즈 애버딘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반적인 상황이 그때보다는 나아졌다"며 "2분기에 나타났던 변동성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마 타예비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가혹한 매도세는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며 "하지만 다행이도 현재 신흥국에서는 이런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신흥국 시장에 대한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우에 파파트 리오리엔트파이낸셜마켓 수석 스트래지스트는 "지난 5,6월에도 봤듯이 신흥국 시장은 양적완화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자금이 빠져나가는 곳"이라며 "인도나 중국 등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 투자할 경우에는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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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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