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 고척돔, 미국 야구장 시설 전문가 평가는

입력 : 2013-11-14 오후 4:13:08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뉴스토마토는 지난 7월말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서남권 돔 야구장(이하 고척돔)을 방문해 당시 건설 상황을 살핀 후 기사화했다. (관련기사 : '서남권 야구장' 고척돔, 현재 공사 진행 상황은?) 
 
당시만 해도 사후활용 방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던 고척돔 건설은 지난 9월 10일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서울시가 400억여 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 시설 개선공사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최근 뉴스토마토는 스포츠시설 설계에 권위있는 전문 기업인 미국 로세티(Rossetti)에서 한국인 최초로 임원에 오른 정성훈 이사와 함께 고척돔을 방문했다. 정 이사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장을 포함한 스포츠경기장 설계경험이 많은 전문가로, 한국야구학회 학술대회와 서울시 야구발전을 위한 심포지엄 참가를 위해 잠시 한국을 방문했다.
 
◇스포츠시설 설계 전문기업인 미국 로세티(Rossetti)의 정성훈 이사가 고척돔의 접근성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이사는 야구장으로 경기를 보러 오는 과정과 야구장에서 떠나는 과정 등 경기 경험을 의미하는 'Fan Experience'를 중시하며 시가 이를 위해 취하는 조치가 교통난은 물론 수익성에 도움이 될거라 조언했다. (사진=이준혁 기자)
 
◇고척돔, 야구경기 없는 날에는 공연장으로 활용
 
3개월여만에 다시 찾은 고척돔 건설현장은 지난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7월 당시 공정률이 71.5%로서 구장 형태가 어느정도 갖춰진 때이기도 했지만, 지난 가을 이후 고척돔의 설계 변경이 한창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9월 고척돔의 시설 개선공사 발표 당시 "선수 안전과 관람객 편의증진 시설을 보강하고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화 공연에 적합한 시설로 바꾸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까지 고척돔에는 2007년 예상 공사금액인 1160억원의 곱절에 가까운 2023억원이 투자됐다. 여기에다 이번 변경으로 고척돔의 공사금액은 2400억원 이상으로 급증하게 됐다. 설계가 바뀌게 됐기에 석달 반이라는 기간동안 공정률이 크게 높아지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정환중 서울시 체육진흥과장은 지난 2일 서울 성균관대 경영관서 진행됐던 '서남권 돔 야구장 활성화 및 서울시 야구 발전을 위한 특별 심포지엄' 당시 "프로·아마 야구경기만으로는 적자를 벗어날 수 없지만, 다양한 공연 유치 등을 통해서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해 공연계와 다양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고척돔에는 공연을 치를 수 있는 다양한 관련장비가 설치될 예정이고, 이미 설치된 것도 적지 않다. 곳곳에 설치될 음향 시설과 함께 주변 지역에 이를 차단할 방음·흡음 설비는 물론, 조명·공조 등 야구는 물론 빛과 소리의 섬세함이 중요한 각종 공연 설비도 이미 설치됐거나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지난 7월 방문 당시와 비교할 때 고척돔 공사는 진척 속도가 매우 느렸다. 이는 고척돔의 설계 변경이 한창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정성훈 이사 "'Fan Experience' 차원에서 기본 여건은 좋다"
 
고척돔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최대 논란 거리는 단연 '접근성'이다. "상습정체구간인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가 옆인데 자가용으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이며, 주차 면수를 지금처럼 적게 잡아도 되냐"는 것이다.
 
서울시는 접근성 보완 대책으로 구일역의 출구 증설과 차량을 위한 주변 진입로의 확충 등을 제시했다. 또한 주차장 사전 예약제를 통해 자가용 이용객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하지만 많은 야구 팬들은 "이런 대책만으론 고척돔에서 정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교통정체 등의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비판한다.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다수 고령자 팬들이 자가용을 타고 야구장에 왔다가 낭패를 보게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기자는 정 이사와 구일역에서부터 도보로 고척교를 건너 고척돔 현장 입구까지 이동했다. 서울시는 안양천의 동측에만 출입구가 있는 구일역에 안양천 서측 출입구를 공사 중이다. 출입구가 새롭게 생길 경우 구일역~고척돔 도보 이동 시각은 짧아진다.
 
다만 현재는 출입구 공사 중인 관계로 구일역~고척돔 이동은 동측 출구로 나와 서부간선도로 옆의 인도를 지나 고척교를 건너야 가능하다. 이날 도보이동 시간은 10분 정도가 걸렸다.
 
기자와 정 이사는 안양천, 대형마트, 고척교, 동양미래대학 등지를 지나며 접근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정 이사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며 몇 가지의 대안을 내놨다. 
 
정 이사는 "한국 스포츠시설의 문제 중 하나는 활용도가 낮다는 것"이라며 "내부의 시설도 그렇지만 주차장 또한 동일한 맥락이다. 지금 잠실·문학 등지 야구장의 주차장은 경기 또는 행사가 열리지 않는 때에는 놀고 있다. 주변에 유명 대형마트·대학교·공구상가 등이 있으니 이들의 주차장을 연계하는 방법을 시가 고민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약자가 아니라면 주차장은 조금 멀어도 된다. 대신 시는 팬들에게 좋은 'Fan Experience'를 겪도록 주변을 잘 가꿔야할 것"이라며 "한국 야구장은 어느 순간부터 '구장 내에서의 경험'이 전부다. '야구장으로 오면서 느끼는 설레임'이나, '야구장을 떠나면서 나누는 대화'가 부족하고, 정체에 따른 짜증이 이를 대신하기 시작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돔경기장 특성상 고척돔에는 다양한 설비(공조, 음향, 조명 등)가 다른 구장보다 훨씬 많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사용자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구장 구조, 좀더 고민해야
 
스포츠 인프라는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적합한 구조가 다르다. 전문가들이 고척돔에 대해 우려하는 점의 하나도 바로 '아마추어 구장 목적으로 지어진 곳을 프로 구장으로 쓸때 발생할 공간 활용의 문제'다. 이는 이번 방문에서도 여실하게 느껴졌다.
 
고척돔에는 스탠드 상단부는 물론 그라운드와 같은 높이에도 상당히 넓은 공간이 몇몇 발견됐다. 덕아웃 인근은 물론 포수 뒷편도 이같은 공간들이 있었다.
 
미국·일본 등지에선 이같은 공간을 고급 좌석(Luxury Suite)이나 각종 식음료 업장의 형태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추어 야구단과 달리 많은 비용이 드는 데다 야구단의 근본적인 목적이 '이윤 창출'인 프로의 특성상 여러모로 최상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래 아마추어 구장으로 지어지는 고척돔은 이와 관련된 대비가 부족해 보였다. 수도와 배관도 없고 기둥이 가리거나 높이 등이 문제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됐다.
 
고척돔의 3층 후면부엔 돔구장의 특성상 어쩔 도리가 없는 공조 설비가 매우 빽빽히 채워졌다. 프로구단이 사용한다면 전면부는 다른 용도로 바꿔 쓸만한데, 여기에도 공조 설비가 매우 가득했다. 반면 복도는 매우 광활했다. 공간 배치가 많이 아쉬웠다.
 
이에 대해 정 이사는 "만약 프로 구단이 들어올 경우 홈팀 선수들의 훈련과 휴식을 위한 클럽하우스 공간을 확실히 확보하고, 구단 수익성을 고려해 매점과 식당을 비롯한 다양한 상업시설 설치 등을 내다보는 설계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프로 구단이 쓸지, 아마추어 구단이 사용할지, 최대한 빨리 확정해 그에 알맞은 형태로 공사 진행을 변경해야한다"면서 "이미 모두 짓고 나서 힘들게 뜯어고치는 것보다 이런 문제는 최단시간에 결정을 짓고 해결함이 훨씬 낫다. 조금 늦더라도 국내외 전문가를 통한 컨설팅을 받아 최적의 방안을 짜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척동 야구장을 돔의 형태로 바꾼 이유로는 인근의 학교 영향도 있다. 고척돔은 고원초교·경인고교 등과 벽을 맞닿고 있고, 경인로를 기준으로 건너편에는 동양미래대학교와 고산초교가 있다. (사진=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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