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세중기자] 알뜰폰 업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최근 우체국과 이마트에 이어 농협과 신협도 알뜰폰 유통망으로 새롭게 추가됐다. 또, 몇 달간의 가입자 현황을 보면 증감을 반복하는 이통3사와 달리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속적인 상승세다.
실제로 지난달 알뜰폰은 이통3사보다 가입자 증가수가 많았고, 올해 안에 250만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알뜰폰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업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잇따른 진출에 대해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소 알뜰폰 업체 관계자 A씨는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지고 시장도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이마트 등 대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걱정도 많다”며 “대기업들은 자금력이 받쳐주니까 초반 가입자들을 늘리기 위해 수십 만원의 보조금을 뿌리고는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보조금 규제를 받는 이통3사와 달리 현재 알뜰폰 시장에는 특별한 보조금 규제가 없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종종 27만원을 훨씬 넘는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아직 알뜰폰을 사업 초기 단계로 판단, 시장 확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미래부 담당자는 “아직 알뜰폰은 2년밖에 안된 성장 초기단계”라며 “정책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대기업이라고 배척하면 안되고, 외려 검증된 사업자가 참여함으로써 중소사업자 입장에서도 알뜰폰 인지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 B씨는 “미래부는 알뜰폰 활성화를 곧 알뜰폰 가입자 수라고 판단하고 있어 단지 이동통신사(MNO)와 알뜰폰(MVNO)의 비율만 중요하게 여긴다”며 “초반에는 중소사업자에게 맡기자는 분위기였는데 자꾸 주변에서 성과를 요구하니까 일단 수치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포커스를 가입자 늘리기로 옮겨 파이 키우는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숫자만 늘어난다고 알뜰폰 활성화인지는 의문"이라며 "결국 길게보면 5년 안에 우후죽순 합병되면서 꽃도 피우기 전에 대기업 시장논리에 의해 꺾이는 사업자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알뜰폰 정책이 이용자들의 통신요금 절감뿐만 아니라 중소사업자들의 설자리를 마련한다는 취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3사 관계자들 역시 성장하는 알뜰폰 시장이 내심 부담스럽다. 자사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일정 부분 수익을 얻고 있지만,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것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 최근 보조금 문제로 각종 규제를 받는 것에 비해 알뜰폰 영업은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불만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아무런 규제없이 알뜰폰 영업을 하면 애초 알뜰폰 정책을 시행한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며 “지금 알뜰폰은 이통3사보다 훨씬 빠르게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중에게 쓸만하다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 이통사들에게는 정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최근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알뜰폰 연관 검색어는 ‘저렴하다’ 등의 긍정적 반응 외에 ‘위기’, ‘부족하다’ 등의 부정적 단어가 자주 언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3분기에는 우체국 판매가 본격화되며 ‘우체국’, ‘반응폭발적’과 같은 긍정적 검색어가 자주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에 대한 인식이 대폭 개선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정도의 가이드라인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장 중인 지금 이렇다 할 정책이나 방안이 없으면 추후 결국 알뜰폰 정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마트에는 중소기업이 유통할 수 있게 한다든지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과 논의하고 중재해야 하는데 오히려 내년부터 우체국에 대기업도 들어올 수 있게 된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며 “정부가 업계와 협력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