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11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있지만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80% 이상이 금리인하를 전망하고 있다.단지 인하폭이 0.25%포인트가 될 것인지, 0.5%포인트가 될 것인지에 대해 의견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채권전문가들이 이처럼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은 경제가 더욱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고, 한국은행이 시장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겠다고 하면서 현재의 금리 인하 태도를 갑자기 바꿀 경우 역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번 3%에서 -2%로 대폭 수정했다. 현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해야 국민과 시장에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전일 발표된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0만3000명이나 줄었다. 윤 장관이 밝힌 취업자 수 20만명 감소도 멀지 않은 느낌이다.
이 같이 경제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기준금리 0.25%P 인하 vs 0.5%P 인하
먼저 기준금리를 0.25% 내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이제 기준금리 효과가 크지 않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같이 기준금리 효과가 크지 않은데 굳이 금리를 크게 내려 향후에 사용할 정책카드를 모두 소진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성장률이 1% 감소할 경우 일반적으로 1조5000억~2조원 가량 세수가 감소하게 된다.
정부가 지난해에 예산을 책정할 당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였는데 전일 윤 장관의 전망처럼 -2%로 6%포인트가 낮아진다면 9조~12조원의 세수가 부족하게 되고, 녹색뉴질정책 등 경기부양책을 위해서는 최소 15조 이상의 추경편성이 불가피하다.
결국 정부는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게 되고, 이때 국채 물량이 급증해 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할 금리정책 카드를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도 기준금리 2.5% 인하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기준금리를 5% 내릴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제2기 경제팀이 출범하고 윤 장관이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어 강력한 재정정책 등을 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은도 재정부와의 원활한 공조차원에서 강도 높은 금리인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전문가들은 0.25%포인트나 0.5%포인트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정책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전통적 양적완화정책…RP
채권전문가들은 금리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고 앞으로의 최종 정책수단 카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양적완화정책을 꼽고 있다.
'양적완화'라는 것은 정책금리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통상적인 통화정책이 한계에 달할 때 조절목표를 금리에서 통화량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통화당국의 최후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통화량을 공급하는 것이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은은 이미 증권사 등에 RP를 통해 자금을 공급해 7%가 넘던 기업어음(CP) 금리를 3%대까지 끌어 내렸고, RP대상증권에 은행채와 일부 특수채를 편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금리인하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회사채까지는 아직 효과가 미치지 않고 있어 회사채의 RP대상증권 포함이 하나의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 비전통적 양적완화 정책…단순매입
채권전문가들이 이번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한국은행이 채권 단순 매입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기로 한 양적완화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한은이 지금 당장 채권 매입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통화정책 방향에서 이에 대한 태도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보여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경우 앞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발행하게 될 국채로 인해 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막아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
다만 이 때는 한은이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을 국채와 정부보증채로 한국은행법에서 한정하고 있어 회사채와 같은 신용채권은 매입할 수가 없다.
한은법 제75조 대정부여신 등에 관한 법률 1항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정부에 대하여 당좌대출 기타 형식의 여신을 할 수 있으며, 정부로부터 국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76조 정부보증채권의 직접인수 1항에는 “한국은행은 원리금 상환에 대하여 정부가 보증한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기술돼 있다.
따라서 회사채에도 투자할 수 있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기업구조조정펀드, 은행의 자본확충펀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돈이 돌지 않는 곳에 직접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전일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악화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우량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차로 1조9540억원을 집행됐고, 이달 말에도 신용등급 BBB급 이하 회사채 등에 1조원 가량 집행될 계획이다.
또 한국은행이 전체 20조원 가운데 10조원을 참여하는 은행 자본확충펀드도 전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했고, 다음주부터 본격 가동돼 20조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12일 채권전문가들과 시장참여자들은 기준금리 결정보다도 이성태 한은 총재가 양적완화 정책에 관해 어느 수준까지 언급을 해줄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