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일자리)④기회냐 굴욕이냐.."선택에 달렸다"

"시간선택제 개념 정확히 파악한 후 취직해야"

입력 : 2013-11-25 오후 5:46:45
[뉴스토마토 임애신·최승환기자]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편하듯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더욱 그러하다.
 
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취지인지 근간부터 정확히 파악한 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제 일자리가 일생의 기회나 다름 없다.
 
김정미(33세)씨는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다 육아 문제로 퇴사한 후 재취업에 도전했다. 근무시간이 맞는 일자리가 없어 번번이 실패했다. 경력 단절 9년 만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스타벅스 리턴맘 부점장으로 재입사했다.
 
김씨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내 인생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 하면서 꿈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김상진(35세)씨는 "경찰관이 꿈이었으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했다"며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전일제로 근무하며 공부를 병행했지만 피곤에 지쳐 꿈을 포기하려던 차에 사장님 배려로 시간선택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전일제 근로자들보다 낮다. 물리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짧은 탓이다. 또 전일제 근무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전일제 근로자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는 주모(40세)씨는 "월급은 100만원이 조금 넘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다"며 "비록 전일제 근로보다 월급은 적어도 가정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얻고 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이어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탓에, 또래에 비해 말도 느리고 정서적으로 불안했다"며 "과거에는 새벽 출근, 밤 퇴근이었으나 시간제 근로를 한 후에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아이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를 살펴보고 있는 구직자.ⓒNews1
 
일할 기회가 주어져 좋긴 하지만 업무가 '성'에 차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자들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니잖습니까.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좋습니다. 복직한 후 느낀 것은 직장맘은 가능하지만 슈퍼맘은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에 일하다가 출산 후 직장을 그만 둔 한모(34세)씨 말이다. 대학 졸업 전 당당하게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국내에 몇 안 되는 여성 임원을 꿈꿨다.
 
하지만 이 같은 꿈은 주부로서의 역할을 위해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은행에서 시간제 근로자를 뽑는다고 해서 사회로 복귀했다.
 
시작은 좋았다. 일을 다시 시작한 후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할 뿐 아니라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아 좋았다. 무엇보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1년 넘게 시간제 근로자로 인한 한씨가 내린 결론은 '여기까지'라는 것이었다. 업무가 단순한 데다 전일제 근무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입되다 보니 한계를 느낀 것이다.
  
4개월째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는 이모(30세)씨는 "여성들이 목숨 걸고 일한다고 해도 성공을 할까 말까인데 시간제 근로자의 경우 임원은커녕 승진조차 어렵다"며 "애초에 이런 데 욕심이 없는 사람이 지원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여성들의 유리천장이 유독 높기로 유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회원국 중 여성이 출세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 '한국의 106개 대기업 중 여성 임원 비율 1.9%로 45개국 중 43위' 등의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섬유업체에 근무하다 퇴직한 정모(38세)씨는 "전 회사 입사 동기들은 대리 또는 빠르면 과장도 있는데 출산 때문에 퇴직한 후 시간제로 일하고 있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며 "능력에 비해 업무가 소소해 아쉽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시간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시간선택제의 취지는 당연시됐던 남성 전일제 중심의 고용 구조와 장시간 근로 관행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생계가 어려운 사람보다는 육아 등을 병행하거나 소일거리를 찾는 퇴직자들에게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섣부른 선택 이전에 귀담아 들을 내용이란 게 경험자들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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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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