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우리나라에서 신새쟁에너지는 상용화는 가능할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정부는 그린피스 주장과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내놔 눈길을 끈다.
27일 그린피스는 '재생가능에너지 현실화,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국토 전체에서 태양광 설비 설치가 가능하고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독일보다 훨씬 월등한 발전조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평 면적에 대한 연평균 일사량 조사 결과 충남 서산, 경남 진주, 전남 목포 등은 대규모 태양광 단지가 가능하고, 반도지형에다 고도가 바다 쪽으로 가면서 낮아지기 때문에 동해, 서해 남해에서 모두 풍력발전 가능하다는 것. 또 농업지역인 충청, 전남 목포, 부산시 일대는 바이오매스 개발 잠재력도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서산과 진주, 목포 일대에 조성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단지가 5000W며, 해안에 설치할 수 있는 풍력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설비용량에 맞먹는 100만㎾급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지형 여건을 고려했을 때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가능한 곳(자료=그린피스)
그린피스 관계자는 "한국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60%로 늘리고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도 기술 가용성이나 용지 확보에서 문제가 없다"며 "지난해 기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3%로 독일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전체 전력의 4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에 못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산업계가 전체 전력의 61%를 쓰지만 경제둔화를 우려해 산업계의 전력사용을 강하게 제재하지 못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부진하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린피스의 주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다소 상반된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그린피스 보고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가능성에 관한 것으로 수긍하는 내용도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상업화와는 다른 문제"라며 "태양광만 봐도 면적당 일사량이 풍부한 것과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면적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라고 주장했다.
실제는 어떨까.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보면 100만㎾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원별 발전면적은 원전 1기가 33㎡이지만 태양광 발전소 면적은 여의도의 10배에 달하는 3300만㎡나 됐다. 실제로 최근 한화큐셀코리아가 1만7800만㎾급 전력생산을 위해 포르투갈에 조성한 태양광 발전단지 면적은 111만㎡로 한수원 자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100만㎾ 전력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별 발전 부지면적(자료=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 관계자는 풍력발전의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풍력발전은 태양광 발전보다 더 큰 면적이 필요한데 내륙에서는 강원도 대관령과 제주도 등을 제외하면 마땅한 부지를 찾기 어렵다"며 "해상의 경우 동해는 수심이 너무 깊고 서해와 남해는 해상공원과 수산물 양식장이 많아 발전단지 조성에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토가 평탄하고 삼림자원이 풍부한 독일은 바이오매스에 주력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고 대규모 삼림이 없어 바이오매스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재생에너지는 환경보전과 자원절약 효과는 있지만 발전효과와 경제성이 낮고 국내 여건과도 안 맞는 셈.
이에 정부는 올해중 발표할 제2차 에너지국가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35년까지 11%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가 주장한' 2050년까지 보급률 60% 확대'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
◇1·2차 에너지기본계획 비교(자료=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관 합동 워킹그룹 )
그렇다고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서 아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현재 정부가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폐기물을 자원화다. 최근 부산에 국내 첫 폐기물 발전소를 준공한데 이어 정부는 전국적으로 폐기물 발전소 건립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원구원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70%를 폐기물 발전이 차지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추진하는 에너지관리공단은 그린피스 주장에 대해 산업부보다 호의적인 편. 에관공 관계자는 "산업부는 세금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며 "어려운 여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독일이나 폴란드처럼 발전원을 다양화하면 자원부족과 수요증가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풍력업체인
태웅(044490)이나 한화솔라원이 기술력을 보면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기술 가용성에는 큰 제한이 없고 지형여건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아예 불리하지 않다"며 "다만 대규모 개발·보급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과 전체적인 전력요금 인상을 이끈다는 점에서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가지되 국민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