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여야의 극심한 대치로 부동산 관련법 처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민주당이 제시한 3대 주거복지 정책의 향방도 갈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임대주택 등록제는 전월세 상한제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임대주택 등록제는 임대주택 등록(신고)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역별, 주택유형별로 계약 유형과 임대료, 계약기간 등을 공개하겠다며 핵심 부동산 공약으로 제시한바 있다.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세입자-집주인 '정보 비대칭' 해소
현재 임대주택 등록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재산세나 양도세와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임대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는데다 5년간 의무 임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가 8.28대책에 포함한 월세 소득공제 확대가 세입자들에게 큰 도움이 못 된다는 비판이 일었다. 소득공제를 받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소득공제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임대료를 깎아주는 '협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문제는 임대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월세 시세 정보를 매도호가, 공인중개사, 부동산정보업체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정보 비대칭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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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임대주택 등록제다.
김용순 LH토지주택연구원 부동산경제연구단장은 지난 10월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전월세상한제 관련 토론회에서 "임대차정보에 대한 수집은 주택바우처 등 전월세 관련 정책을 수집하는데 매우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 김 연구원은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시한다. 세원 노출에 대한 집주인의 거부감이 상당한 만큼 임대주택 공급이 줄거나 불법적인 이면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은 부동산 거래할 때 드는 세금도 무척 아까워하는데 임대소득까지 낱낱이 공개해 세금을 물리면 암거래가 크게 늘 것"이라고 비판했다.
행정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말기 건설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조 단위의 천문학적 행정비용이 들 수 있다며 전월세 등록제 시행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임대주택 공급 위축, 과다한 행정비 등 '우려'
하지만 임대주택 등록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미 행정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있다는 반론으로 맞서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미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면 임대보증금 등 임대차계약에 관한 자료를 각 구청을 거쳐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로 집계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자체 중 처음으로 주택 전월세 전환율을 공개하고 있다. 시가 확보한 실거래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권역별, 주택유형별 전월세 전환율을 분기마다 공개한다.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14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임대주택 등록제 전면 도입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 등록제는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제도"라며 "다만 언제, 어떻게 도입하느냐 하는 방법론이 문제인데 국토부가 이에 대한 대비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