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민주당이 강창희 국회의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 4자회담에 힘을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지만, 총구의 한 방향에 강 의장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민주당은 2일 국회 의안과에 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을 냈다. 사퇴촉구결의안을 직접 제출한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4자회담은 여야의 문제고, 사퇴촉구결의안은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위반하며 사회를 진행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좀 다른 차원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추후에도 여야 협상과는 별개로 강 의장에 대한 공세는 이어가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울러 의장에게 '무제한 토론권'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을 받아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앞서 29일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의장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의장의 사회권을 거부하는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런 강 의장에 대한 강공은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날치기 처리'에 대한 분노 외에도 강 의장에 대한 배신감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28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분리 대응한다는 대원칙에 공감했다.
문형표 후보자(현 장관)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면서 사퇴 촉구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는 본회의장 퇴장이나 불참 형식으로 소극적 반대행위를 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강창희 의장을 직접 찾아 지도부의 이런 뜻을 전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강 의장에게 "2일까지 시간을 주면, 소속 의원들을 최대한 설득해보겠다"는 뜻도 함께 내비쳤다. 강 의장은 전 원내대표의 말에 공감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원내대표는 당일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이런 자신의 입장을 내비치려고 했다. 그러나 의총 도중 강 의장으로부터 본회의가 개의됐고, 황찬현 임명동의안의 처리 순서도 당초 6번째에서 맨 앞으로 당겨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강 의장의 통보를 받고 지도부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허둥지둥 본회의장을 찾았지만, 임명동의안 통과를 막을 수 없었다. 민주당은 당일 "날치기 처리"라고 강력 반발했다. 또 "의총이 열리고 있으면 본회의를 미루는 관행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장의 이런 입장 변화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그 사이에 청와대의 오더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며 "민주당이 그날 더욱 분노한 것은 바로 이렇게 강 의장이 민주당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국회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右)가 강창희 국회의장(左)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