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여야 간에 합의를 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18일 시정연설은 처음부터 빈말이었던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주문한 "합의" 도출을 위해 여야 지도부가 만남을 갖던 중 전격적으로 박 대통령이 황찬현 감사원장·김진태 검찰총장·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임명한 탓이다.
야당의 반대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되살아나는가 했던 여야 합의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2일과 3일 양일간 열린 여야 4인 회담은 결국 성과 없이 결렬됐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전병헌 원내대표는 이틀 연속 만나 의견을 나눴지만 핵심 쟁점인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시각 열린 첫날 비공개 회동에서는 고성이 터져나오고 테이블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리는 등 정국 경색만 길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박 대통령이 애초부터 특검을 받을 생각 자체가 없었으면서, 마치 합의만 되면 수용할 수도 있는 것처럼 빈말을 늘어놓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합의" 당부가 진심이었다면 4인 회담 도중 민주당의 반발을 살 것이 자명한 임명을 강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새누리당에서조차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여야 합의"가 '특검 도입 불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새누리당이 특검 도입 절대 불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을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종용한 대목 역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과는 배치되는 행보다.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향후 나올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입장만 되풀이하던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유일하게 진전된 내용인 "여야 합의" 강조는 결국 황 감사원장 등의 전격적인 임명으로 본인 스스로가 무너뜨린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