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직 회장들 때리기'에 은행권 속수무책

입력 : 2013-12-05 오후 3:53:48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감독원이 전직 금융지주 회장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은행권이 속수무책이다. 금융사의 나쁜 관행을 고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후 약방문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에 대한 특별·종합감사를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각각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 및 국민주택기금 횡령, 우리금융의 파이시티 비리, 신한의 고객 계좌 불법 조회, 고액 고문료와 미술품 구매의혹 등에 대해서다.
 
금감원이 문제삼고 있는 금융사의 비위행위는 공교롭게도 'MB맨'으로 불린 전직 금융지주 회장들과 관련돼 있다. 어윤대·이팔성·라응찬·김승유 등 전직 회장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던 인물들이다.
 
금융권 MB맨들의 수난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김승유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직을 물러나면서 유지했던 하나금융 고문직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다.
 
지난 7월 물러난 어윤대 전 KB 회장은 국민은행 사태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수십억대 달하는 성과급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장을 지낸 민병덕 전 행장은 이미 성과급 반납 의사를 밝혔다.
 
금감원의 표적이 된 금융지주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전직 회장 재임기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응하기 힘들다"며 "금감원이 확인되지 않는 의혹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금융사의 간부는 "요즘 금감원의 검사는 치밀하다기보다는 지나치게 떠들썩하게 진행되는 느낌"이라며 "몇 달에 걸친 조사기간 동안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반증이 아니겠냐"고도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러한 행보를 '동양사태'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동양사태로 위축됐던 금감원이 분위기를 반전시키 위해 과거 CEO들의 묵혀둔 비리 의혹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직 CEO의 비리들이 퇴임 이후에야 제보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동양그룹의 부실과 금감원의 부실감독에 집중됐던 관심이 은행권의 비자금 의혹으로 옮겨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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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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