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등잔 밑이 어두운' 朴 대통령

입력 : 2013-12-06 오후 1:41:1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 참 좋은 얘기다. 그런데 그것이 국론을 두 동강 내버린 비정상적 대선 개입 의혹 국면을 정상으로 돌리자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박 대통령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대선 개입 의혹임을 감안하면 '등잔 밑이 어두운'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5일 "국민 일자리 창출·경제 활성화를 통해 국민을 어떻게 하면 모두 잘 살게 하느냐는 생각 외에는 다 번뇌"라면서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지역과 세대를 막론하고 우리 국민들이 전부 자기 역량을 발휘하고 일자리를 모두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게 항상 생각하는 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게 가려면 기본적인 삶의 불안이나 고통이 없어야 된다. 그것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불안과 고통을 없애 모두가 일자리를 갖는 등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의 몸통으로 청와대가 의심을 받는 것과, 2200만건으로 불어난 국정원 트위터 글 등의 정황은 적어도 박 대통령이 보기엔 비정상이 아닌 듯하다.
 
지난달 18일 시정연설에서 "여야 합의"를 주문한 이후엔 새누리당 정권 국가기관 전반으로 번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하나마나 한 소리조차 이제는 더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작금의 시국을 정상이라 보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국민대통합'의 기치를 높이 들고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박 대통령의 약속을 똑똑히 기억하는 기자는 두 가지 의문이 더 생겼다.
 
박 대통령은 여권이 자기네와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길 주저하지 않으면서 '종박'을 자임하는 현재 상황을 정상이라 보는 것일까.
 
박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가 실현되려면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대선 개입 의혹부터 털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혹시 '번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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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