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낙하산 인사가 무더기로 진행돼 뒷말이 무성하다.
이미 상당수 공공기관장 인선과정에서 낙하산 인사가 투입된 상황이어서 당장 다음주에 공공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할 정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당초 11월경 발표하겠다던 공공기관 개혁방안을 이런저런 이유로 12월까지 끌고 오면서 오히려 낙하산인사를 배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1일 공공기관의 인사와 부채해결방안 등을 총 망라한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낙하산 인사를 포함해 공공기관 임원인사문제 해결방안도 포함될 예정인데, 문제는 이날을 기준으로 대부분의 공공기관의 기관장인선이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기관장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정부의 개혁방안 발표일인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김 전 의원은 의원 시절인 지난 2009년부터 3년여간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긴 했지만 에너지 관련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군인출신이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줄곧 활동한 정치인이다.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전임 정승일 사장이 지난 6월 사직한 이후 임원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않고 머뭇거리다가 11월부터는 돌연 김성회 전 의원 내정설이 돌았다.
김 전 의원이 10월말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청원 의원이 출마하면서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점은 사장 인선 시점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김 전 의원에 앞서 지난 4일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선임된 김학송 전 한나라당 의원도 대표적인 정치인 낙하산으로 꼽힌다.
김 전 의원은 경남 진해에서 16대~18대 의원을 지낸 새누리당 중진 의원으로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이고, 현재는 새누리당 전국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공기업 사장에 오르지 못하란 법은 없지만 그 과정을 보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의 경우 지난 10월에 이미 공모를 통해 4명의 사장후보를 추렸지만,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돌연 후보 재공모를 지시했고, 4명의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던 김학송 전 의원이 새로운 후보군에 포함됐다.
대표적인 친박계로 분류되는 친박인사로 이른바 보은인사가 단행된 셈이다.
도로공사와 같은 날 회장을 선임한 한국마사회 역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쌓였다.
현명관 신임 마사회장은 삼성물산 회장을 지내긴 했지만, 지난해 대선캠프에서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고, 그에 앞서 2007년에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경선캠프에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전문가보다는 정치인에 가깝다.
김진욱 민주당 부대변인은 "정부가 공언했던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건이 아니라 이제 본격적으로 친박 낙하산들이 공공기관 접수파티가 떠들석하게 진행중"이라고 비난했다.
이미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한 공공기관은 이미 낙하산으로 점령되다시피한 상황이다.
이번에 사장을 임명한 도로공사 외에도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코레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도 낙하산 사장 문제로 노조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공항공사의 경우 김석기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 중 꼴찌를 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임명을 강행했고, 수자원공사는 한나라당에서 대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를 했던 최계운 인천대 학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10월2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코레일의 최연해 사장은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지역위원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다. 최사장은 1차 공모에서 최종 후보군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2차 공모에서 사장에 선임돼 다른 낙하산 인사들과 함께 짜맞추기식 공모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실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들어 실시한 78명의 공공기관장 인사중 무려 45%에 달하는 34명이 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거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 담았거나,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조직인사다.
(사진=기획재정부)
낙하산 인사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논란과 관련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절차를 통해 최대한 잘 고려해서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현 부총리는 이어 "기관운영에 있어 최고경영자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임추위에서 좋은 분들을 가리는 게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임명한 공공기관장 중 48%가 낙하산 인사로 파악된다"면서 "낙하산은 바람이 불면 빗나갈 수도 있는데 오차범위 1미터까지 정확히 도달시키는 '스마트탄' 인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