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내년에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상선 발주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 주요 선사들이 동맹을 강화하면서 경쟁적으로 선복량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여기에다 선가가 저렴할 때 미리 선박을 주문하려는 선제적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상선 분야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2분기부터 머스크, MSC, CMA-CGM 등 세계 3대 컨테이너 선사들은 'P3(프로젝트3)' 동맹을 맺고, 전 세계 28개 항로에 총 252척의 선박을 투입해 공동 운항을 시작한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운동맹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물동량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현대상선이 속한 G6는 최근 P3와의 경쟁을 위해 컨테이너선 운항 협력 체제를 아시아-미주 서안 및 대서양 항로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종의 맞불이다.
P3가 공동 운항을 시작하는 내년 2분기에 맞춰 아시아-미주 12개 노선에 총 76척의 선박을 투입하고, 대서양 노선에는 42척의 선박을 배치해 5개 노선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미주, 아시아-유럽, 대서양 항로에 총 240여척의 선박이 투입돼 29개 노선을 운항하는 것으로, 선박 및 노선 수를 비교했을 때 P3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선복량에 있어서는 두 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진다. 선복량은 선사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해운업은 대표적인 원가경쟁 업종으로, 배 1척에 짐을 많이 실을수록 단위 화물 당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 운임을 낮출수록 경쟁사의 물량을 빼앗아 오기 쉬워지고, 이는 곧 물량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업황 특성 때문에 컨테이너선 규모가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P3에 포함된 머스크, MSC, CMA-CGM은 각각 262만TEU, 236만TEU, 150만TEU의 선복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큰 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머스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 대우조선해양에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주문해 지난 6월 첫 번째 선박을 인도받았다. 옵션 10척까지 포함하면 총 20척, 금액으로는 4조원 규모다. 상선 분야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이 선박은 길이 400m, 폭 59m로 갑판 면적만 축구장 4개를 합친 것과 같다. 또 길이 6m, 높이 2.5m의 컨테이너를 최대 1만8000개까지 적재할 수 있다. 기존 최대 규모였던 1만5500TEU급 선박에 비해 연료비는 20%까지 절감할 수 있다.
반면 G6는 73만TEU를 보유한 하팍로이드(Hapaq-Lloyd)를 비롯해 APL, MOL, OOCL, NYK, 현대상선 등 선복량이 총 319만TEU로 P3(648만TEU)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G6와 한진해운이 소속된 CKYH(약 220만TEU) 선복을 합쳐도 P3의 선복량보다는 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3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G6나 CKYH 소속 선사들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내년 발주 물량이 최대 100만TEU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노선 확대를 통해 P3와 정면대결을 시사한 G6 소속 선사들의 발주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NYK는 현재 국내 조선 빅3와 일본 주요 조선소들을 대상으로 1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 발주를 협의 중이다. 가격은 1척당 1억달러로 총 10억달러 규모다.
1만4000TEU급의 경우 일본 조선소에 비해 국내 조선소의 건조 경험이 풍부한 데다 연비 절감 기술도 더 뛰어나 국내 조선소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올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인도받았으며, 아직 3척의 수주잔고가 남아 있다.
일본 MOL은 8000TEU급 컨테이너선 7척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발주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 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국내 컨테이너 선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한국중부발전이 유연탄 수송용으로 발주한 벌크선을 제외하면 대형 선사들이 발주한 선박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해운업 장기불황으로 인한 전세계 해운업 구조 변화가 조선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2분기부터 P3, G6 등 글로벌 선사들의 동맹이 강화되면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도 증가할 전망이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