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사실혼관계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빚을 갚아준 경우 명시적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라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거나 차용증 등을 받은 적이 없다면 되돌려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이모씨(51·여)가 "빌려준 돈 2500만원을 돌려달라"며 전 동거남 신모씨(50)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피고와 동거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의 채권자에게 돈을 직접 송금해 사채를 정리했고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에도 명시적인 소비대차약정이 체결되거나 원고가 피고에게 차용증 작성을 요구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피고도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원고에게 매월 100만원씩 생활비를 지급했고, 사실혼 관계가 이어졌다면 계속 지급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에게 변제금을 지급한 것만으로는 되돌려 받을 목적으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같은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2009년부터 신씨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신씨의 빚을 갚아주고자 2500만원을 건넸다.
2011년 이들의 관계가 파탄이 나면서 송사는 시작됐다. 이씨는 신씨를 상대로 2500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돈의 성격을 대여금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들이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점 등에 비춰 대여금이 아니라고 봤다.
또 이씨가 신씨에게 돈을 건네며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하지도 않았고, 차용증 등의 작성을 요구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아울러 사실혼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신씨는 이씨에게 매달 100만원 가량을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한 점도 참작했다.
◇대법원(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