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초상집'..조석래 회장 소환에 손놓고 '뒤숭숭'

입력 : 2013-12-11 오후 4:25:06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부축을 받으며 재출석하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조석래 회장이 이틀 연속 검찰에 소환, 구속을 눈앞에 두면서 효성그룹이 뒤숭숭한 모습이다.
 
11일 오전 조 회장이 전날 장시간 조사에 이어 또 다시 검찰에 소환되자 공덕동 효성 본사는 충격에 휩싸인 채 '초상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 회장은 여느 대기업 회장과 달리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수행원의 부축을 받아 걸음을 느릿느릿 옮기는 모습에 임직원들은 씁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조 회장은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조 회장은 전날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를 다 마치치 못하고 저녁 10시20분 귀가했다.
 
조 회장이 검찰에 재소환된 오전 11시를 전후해 효성 본사 앞에는 건강검진을 받는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직원들은 흡연 구역에 모여 담배를 태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말없이 애꿏은 담배만을 태우는 그들 얼굴에는 하나같이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사내에서 뉴스를 통해 조 회장의 검찰 소환을 지켜본 직원들도 말을 아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만큼은 직원들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손이 잡힐리도 만무했다.
 
조 회장의 검찰 소환에 대한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 직원들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며 "거기에 대해서는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특히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탈세 등 조 회장이 받고 있는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피했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3남인 조현상 부사장, 그리고 이상운 부회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이 혐의에 연루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와 함께 회사 미래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효성은 겉으로는 큰 문제 없이 차분한 모습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효성은 현재 주요 경영진의 출국금지와 잇단 검찰소환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 사업계획은 물론 매년 1월 실시되던 인사도 연기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 계획을 결정하고, 인사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 그룹 수뇌부에 대한 검찰 소환이 이뤄져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직까지는 사업적으로 차질이 빚어지지 않고 있지만, 그룹 총수의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해외와  국내 거래선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조 회장을 시작으로 장남과 3남, 이상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와 최고경영진에 대한 추가 기소가 예상되면서 장기간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들은 분식회계를 비롯해 법인세 탈세, 역외 탈세, 비자금 조성, 양도세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현재 조 회장을 비롯한 이들을 기소하고 올해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다만 조 회장이 고령이고, 현재 지병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 여부에 대해서는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창사 이래 최고 위기를 맞고 있는 효성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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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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