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의약품 적정 유통마진을 둘러싼 한독과 한국의약품도매협회 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여론은 피로도에 아예 관심마저 끊는 분위기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와 이를 유통하는 협회 간의 이해 다툼이 제약협회로까지 번지는 등 진흙탕 싸움이 재연되자 개선에 대한 기대는 싸늘히 식었다. 리베이트 홍역을 치르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직후 또 다시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국민건강은 또 한 번 무참히 내팽겨졌다.
한독과 도매협회가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의약품 유통마진 때문이다. 제약업계 특성상 의약품 생산은 제약사가, 유통은 도매협회를 통해 거래된다.
도매협회는 유통 마진으로 8.8%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독은 최대 6.5%까지 줄 수 있다며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독은 일괄 약가인하의 영향으로 지난 2년간 400억원 이상의 매출 타격을 입었고, 영업 이익이 약 60% 감소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독 관계자는 “지속적인 추가 제안을 했음에도 도매협회의 집단 시위로 이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협상이라는 것은 어느 한 쪽만 계속해서 양보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해 협상의 장기화를 내비쳤다.
도매협회는 강경 기조를 유지하며 한독을 갑의 횡포 기업으로 낙인 찍는다는 방침이다. 이참에 실력행사를 통해 협회 힘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있을 제약사와의 유통마진 조정에서도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도매협회 관계자는 “한독은 그동안 의약품 도매업체들이 한독제품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유통비용에 대해 원가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횡포를 서슴없이 자행해 왔다”고 말했다.
도매협회는 지난 5일부터 강남구 테헤란로 한독 본사 앞에서 ‘한독 저마진 규탄 1인 시위’에 돌입한 상황이다.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로 제약사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또 다시 유통마진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론에 대한 걱정 목소리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가장 큰 원칙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약품 생산과 공급에 있다”며 “한독과 도매협회는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양쪽을 싸잡아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제약계 내부에서조차 비판과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최대 현안인 ‘시장형실거래’ 재시행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제약사와 협회 간의 분열된 모습이 안타깝다”며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