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롤러코스터 탄 '비트코인'..통화인가 거품인가

입력 : 2013-12-12 오후 3:47:17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반 화폐로 통용될 수 있다는 의견과 일시적인 거품일 뿐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올 들어 13달러로 시작한 비트코인이 최근 12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금값에 준하는 가치를 인정받자 대체통화로서의 가능성이 부각된 것.
 
국가·은행의 영향권 밖에서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고 수수료가 적은 점도 매력이다.
 
다만, 사이버 범죄에 취약한데다 변동성이 너무 커 통화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실물가치가 없는 상상 속 통화라는 지적이다.
 
◇널뛰는 비트코인..올 한해 100배 급등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들은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엇갈린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를 실제 현금처럼 취급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값어치가 급등하자 이를 법정 통화로 인정해야 한다는 측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올해 들어서다.
 
◇비트코인 가격 1년간 추이 (자료=마켓워치)
실제로 CNN머니에 따르면 지난 1월 13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은 최근 1200달러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올 한 해 동안 비트코인의 가격이 100배나 오른 것이다. 
 
비트코인 일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비트코인 가격은 $1000/BTC를 돌파한 뒤 그 다음 날 $1242/BTC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중국 최대 인터넷포털 바이두가 더 이상 비트코인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 1000달러대를 기록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 때 567달러까지 떨어졌다. 순식간에 가격이 반토막 난 것이다. 
 
비록 이후 1000달러 선으로 반등하긴 했지만, 비트코인의 안정성에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100년 전통의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의 로저 윌리스는 “비트코인은 2009년 시작된 근거 없는 신화”라며 "미래 경제를 위해 비트코인이 보통 통화를 대체할 필요는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과 주요국들이 비트코인에 아직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긍적적인 시각도 만만치않다. 
 
지난달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비트코인이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래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스위스 의회는 비트코인을 아예 다른 외국 통화처럼 취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트코인을 실제 거래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다른 국가와의 통상거래에서 가상화폐를 사용하기 위함이다.
 
루치우스 메이세어 스위스 비트코인협회 대표는 "비트코인이 법정 통화로 인정된다면 이는 혁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JP모건도 가상 통화에 '관심'..비트코인 대체 통화설 부각 
 
이처럼 비트코인은 정식 통화로 고려될 만큼 그 쓰임새가 확대되는 추세다. 
 
보수적인 월스트리트 금융권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자결제 시스템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금융투자 은행인 JP모건은 비트코인의 특성들을 도입한 전자 결제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FT는 JP모건이 비트코인과 유사한 결제시스템의 특허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계좌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고 소액 이체에 대해서는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는 비트코인의 장점을 흡수한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JP모건의 특허 신청을 통해 비트코인이 투기 대상이 아닌 금융 결제시스템으로도 상당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키프로스의 수도에 위치한 니코시아 대학은 첫 등록금을 비트코인으로도 받고 있다. 전달에는 910달러에 달하는 등록금이 비트코인으로 납부됐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한 덕분에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우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통화 분석가는 “비트코인은 최대 13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104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데이비드 우 통화 분석가는 "비트코인은 전자상거래서 주된 통화로 사용될 수 있다"며 "기존의 인터넷 결제업체들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실제 현금처럼 통용되는 사례들이 늘면서 금 대신 비트코인이 대체통화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미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금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 비트코인이 위험 회피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어디에서나 거래될 수 있고 공급량이 제한됐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때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팔 대표는 “소비자들이 이베이에서 비트코인을 쓰는 모습을 상상해본다”며 “변동성만 줄어든다면 통화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변동성·디플레 우려·범죄에 악용 등 부작용 '우려' 
 
페이팔 대표가 지적한 대로 비트코인은 많은 장점에도 높은 변동성과 디플레이션 우려 탓에 중국 등 일부 국가들에서 금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울퉁불퉁한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변동성이 심했다는 얘기다. 
 
통화 수축 가능성 또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비트코인 제작자가 애초에 코인 수를 2100만개로 제한해놨기 때문에 자칫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은 1200만개다.
 
익명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범죄에 악용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트통화로 진단서 없이 의약품을 사들일 수 있고 암살범을 고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동 포르노 구매나 기업의 세금 탈루·탈세 행위도 손쉬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각 회원국에 비트코인 같은 규제되지 않은 통화로 사기나 범죄행위가 일어나면 강력한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쉘 바르니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금융 담당 집행위원은 "비트코인을 둘러싼 의문을 면밀히 검토하는 중"이라며 "필요 시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월가의 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비트코인 현상은 거품이며 자산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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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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