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13일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서비스산업 구조조정에 다시한번 도전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보건·의료분야와 교육시장의 확대와 개방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접하고 있는 저성장의 흐름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병원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자회사설립을 허용하고, 약국도 법인화를 허용해 산업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 담겼으며, 교육분야에서도 외국교육기관의 진입규제를 없애고 영리학교를 설립해 유학수지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반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통해 성장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번번이 시민단체와 관련 이익단체들의 반발 등으로 추진동력을 상실하고 무산됐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영리병원 도입을 공론화하기 시작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의료산업 선진화전략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대책을 꺼내 들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주로 보건·의료분야에서의 대책들이 핵심이다보니 국민의 안전을 앞세운 의사들이나 약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겠다는 약국법인 허용방침의 경우 지난 2002년에 헌법재판소가 개인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법적 가능성은 이미 열려 있었지만 10년동안 한걸음도 진전을 하지 못했다.
이번 정부의 계획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이들 산업분야에서의 반발이다.
당장 약사회에서는 영리법인의 설립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홍보팀장은 "영리법인 형태의 법인으로 가면 안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 "법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제시한 유한책임회사 자체가 영리법인의 형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특히 "보건 의료라는 부분이 산업화해서 성공을 한 사례가 없다. 공공적인 성격에서 국민의 건강권와 안전권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자본이 들어왔을 경우에는 자본회수의 시스템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도 의료행위의 중요성을 무시한 대책이라며 직접적인 행동을 준비중이다.
송형곤 의사협회 대변인은 "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하고 부대사업의 범위를 넓히도록 한 것은 정부가 병원의 어려운 경영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해결방법은 잘못됐다"면서 "병원은 환자를 돌보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곳인데 다른 것으로 경영을 개선하다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부분이 발생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익창출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부대사업을 할수 있게된다면 병원의 수익창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환자를 돌본다는 의료행위의 본질이 소외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사협회는 특히 부대사업의 허용이 대형병원에만 혜택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부분도 문제로 꼽고 있다.
현재 이른바 상위 5개 병원 중에 대학병원을 제외하면 현대아산병원과 삼성병원이 가장 큰 병원들인데, 이들 병원이 대기업자본을 활용해서 부대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수 없다는 것이다.
송 대변인은 "아산이나 삼성이 병원부대사업에 있어서 당연히 유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도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물불 안가리고 덤벼들면 다른 1차 의료기관들은 고사할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 포함시킨 고령 근로자의 파견업종 확대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기업의 고용부담을 완화하고, 은퇴시점에 있는 5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이지만, 노동계로부터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어차피 반발은 하게 될 거라고 본다"면서도 "의료부분은 복지부에서도 수용은 한 부분이고, 이정도의 수준이라면 (관련 법안의) 통과과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자료=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