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철도파업이 장기화에 돌입하면서 국민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파업이후 확인된 코레일의 열차 안전사고만 15건에 이르고 시민의 발이 되어야 할 열차와 전철은 멈추거나 연착이 일상화된 상황이다.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지만 노조와 정부의 입장차이는 한치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의 쟁점은 오는 2015년에 개통될 수서발 KTX를 코레일에서 떼어내어 자회사로 운영한다는 것인데 하나의 사안을 두고 해석은 두가지다.
정부는 수서발 KTX의 사업분리가 철도산업발전을 위한 방안이라고 하고, 노조에서는 사업분리를 하는 순간 민간매각이 가능해지고 이것이 결국 철도민영화로 이어지는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같은 것을 두고 한쪽에서는 '민영화다'라하고 다른 한쪽에선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한다.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절대로 "민간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민영화가 아님을 약속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정부가 외형으로 보여주고 있는 계획만을 놓고 보면 이는 민영화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이를 민영화 수순의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가 얼마나 바닥까지 떨어졌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정부가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고, 그동안 뒤집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눈꼽만큼의 민영화의 가능성 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지난주 발표된 서비스산업 정상화대책에서도 나타났다.
정부는 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해 의료행위 외의 다른 사업을 할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병원재정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 놓았다. 또 약국에 대해서도 약사들이 모여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도록 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병원이나 경영실패로 문을 닫아야 할 약국의 약사들에게는 희망적인 대책일 수 있지만, 의사와 약사,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영리병원이나 영리약국 도입의 전단계라는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가 "의료법인의 영리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누구도 이를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영화가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믿지를 않는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하는데도 믿질 않으니 해결책이 없다"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답답함이 안타깝게도 느껴지지만 이는 정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와 무관하다고 했던 정부의 말은 불과 몇년 사이에 거짓으로 밝혀졌고, 내년이면 균형재정을 달성할 것이라던 장관의 다짐은 불과 몇달 사이에 세수부족을 메우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과 거대한 나랏빚으로 돌아왔다.
당분간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거라던 정부의 발표에도 무려 한 해 두차례나 전기요금이 인상됐다.
대통령으로 뽑아주면 해주겠다던 기초연금은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는 용돈으로 바뀌었고, 전면 무상보육도 대통령이 된 후에는 일부 무상보육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에 정부 기관이 개입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동화에나 등장하는 양치기소년도 3번만에 신뢰를 잃었는데 아직까지 정부에 신뢰를 갖고 있는 국민이 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국민들을 등 돌리게 만든 것이 정부였으니 국민들을 다시 돌려 세우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적어도 나랏일에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는 정도는 믿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