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회사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첫 공판에서 전직 재무팀장 이씨가 남긴 USB안의 편지가 처음 공개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용관) 심리로 열린 이 회장 등에 대한 공판의 서증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한 이씨의 편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CJ는 저에게 조국이었습니다'로 시작하는 해당 편지는 이 회장측 비자금조성 및 세금포탈, 해외 SPC(특수목적법인) 설립 등에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찰은 "이씨는 자신이 재무팀으로 갈 때(인사이동) 이 회장이 차명재산을 증식시키는 방향으로 운영해봐라. 차명주식을 불리는 것을 재무팀의 KPI(업무가치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말하며 이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보여줬다.
그러자 이 회장측 변호인은 "이씨의 편지와 진술 등은 과장되었거나 사실과 다르다. 이씨는 마치 자신이 모든 일을 주도하고 관여한 것처럼 말했는데,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다. 그런데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오후공판에서 검찰은 전 CJ그룹 인사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이 회장은 임원에게 급여를 준 것처럼 꾸며 해외법인 자금을 횡령했다. 40억원 상당의 빌라가 임원에게 주는 인센티브였다면 왜 논의 없이 이 회장 혼자 (인센티브 지급을)결정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해외법인 급여 지급 부분은 임원에게 인센티브로 주기로 한 빌라 대금을 정산한 것으로서 경영상의 판단이었다"며 "30여년 넘게 CJ를위해 일한 업적과 보상, 격려 차원의 인센티브"라고 답했다.
이 같이 이 회장측은 기소내용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다투지는 않지만,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리 부분에서 공소사실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지난 8월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던 이 회장은 감염우려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오전 공판내내 서증조사 과정에 참여했지만, 오후 공판에는 불출석했다.
이 회장측 변호인은 "감기 증상이 심해서 주치의가 2시간 이상 외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건강상 부득이하게 재판에 불출석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546억여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963억여원의 CJ그룹 자산을 횡령, CJ해외법인에 569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가법상 조세·특경가법상 횡령·배임)로 기소됐다.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7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