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18세 연상의 유부남과의 불륜사이에서 임신을 하고 낙태를 조건으로 50억원을 받은 40대 여성이 유부남으로부터 공갈혐의로 고소당했으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낙태를 조건으로 상대 남성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특경가법상 공갈)로 기소된 윤모씨(46)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혼녀인 윤씨는 2004년 한 등산모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신모씨를 만났다. 두 사람의 나이는 18세 차이가 났지만 내연관계를 시작했고 5년 동안 관계를 유지하면서 매월 1, 2회씩 성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던 중 윤씨는 2008년 11월 신씨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불륜사실이 알려질 것을 늘 두려워하던 신씨는 윤씨에게 "중국에 있는 병원을 알아봐 줄테니 아이를 지우라"며 낙태를 요구했다.
신씨는 이어 지인인 변호사와 윤씨의 임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놓고 상의하다가 지인인 정모씨를 통해 윤씨를 본격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윤씨는 그러나 "아이를 낳아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낙태를 한사코 거부했다.
이에 신씨는 정씨를 통해 윤씨에게 50억원을 주겠으니 합의하자는 의사를 전달했고 2009년 3월 윤씨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50억원을 윤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신씨는 윤씨의 낙태사실이 확인되자 "윤씨가 계획적으로 임신한 뒤 협박해 돈을 요구했다"며 윤씨를 고소했다.
이 사건에서 윤씨가 처음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임신한 것인지, 임신을 한 뒤 신씨를 협박한 것인지, 신씨가 윤씨의 협박에 겁을 먹고 돈을 지급한 것인지가 쟁점이었으나 1, 2심 재판부는 모두 부정하고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 2심 재판부는 "윤씨가 처음부터 돈을 노리고 임신했다고는 보이지 않고 돈을 요구한 것도 낙태를 조건으로 먼저 제시한 것이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느낀 모멸감 때문에 우발적으로 요구한 점, 신씨가 겁을 먹은 것도 윤씨의 협박 때문이 아니라 불륜관계가 알려질 경우 잃을 사회적 지위와 명예, 가정적 분쟁 등에 대한 것으로 윤씨의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독신여성으로서 윤씨의 임신은 협박과는 무관한 자연스런 본능의 발로로 보이고 오히려 신씨가 낙태사실을 확인한 즉시 50억원을 되돌려줄 것과 응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신씨가 윤씨의 협박으로 돈을 건넨 것으로 볼 수 없어 공갈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