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KBS의 최근 행보가 논란의 연속이다.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은 여당 추천 이사들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TV 수신기능이 있는 스마트 기기로 수신료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건의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증폭되고 있다.
비판이 거세지만 KBS는 "중장기적인 검토 과제일 뿐" 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이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는 반박이 나오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이를 두고 방송업계에서조차 KBS가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신료 인상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역풍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사진=조아름기자)
19일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과 양문석 상임위원은 방통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가 명백히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수신료 대상 확대와 물가 연동제 적용과 관련해 KBS가 중장기적 과제 또는 개선 대상이라고 했지만 공식 문건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면서 “문건 전체를 훑어봐도 이와 같은 단어나 맥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KBS는 "법률 제출권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라고 판단해 건의한 것"이라며 "시행되더라고 그 시점은 2019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TV 수상기 1대에 해당하는 부분만 부과가 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KBS의 진화 노력에도 불씨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이사회 논의 과정도 없이 방통위에 바로 보고했다는 점이다. 수신료 인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책 제안을 함께 묶어낸 것을 두고 '날치기'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KBS는 정책 건의사항은 수신료 심의, 의결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이사회의 의결 대상이 아니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수신료 물가연동제와 수신료 부과대상을 TV수상기에서 PC, 모바일 기기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며 "처음부터 이사회의 의견을 받아 제출하든지, 그것이 어렵다면 아예 공문서에 첨부해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장이 커지고 나서 중장기적 정책제안이라고 진화하는 것은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여기에 국민적 요구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신료 인상의 선결과제로 지적 돼 온 공정성 회복과 자구 노력, 회계 분리 등의 사안에 대해서 KBS는 과거의 미온적 태도를 그대로 답습했다.
류현순 KBS 방송담당 부사장은 "공정방송 관련 제도가 7가지 정도 있다"며 "KBS의 공정성은 외부에서 걱정하듯이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회계 분리가 수신료 조정안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윤준호 KBS 수신료현실화추진단장은 “KBS는 외부 회계기관의 경영평가와 감사원 감사, 국회 결산 감사, 국정감사도 받고 회계보고서도 공개하고 있다"며 "이미 충분히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수신료 제도 규정은 수신료 금액뿐만 아니라 KBS1과 KBS2의 회계분리 문제, 경영투명성, 보도의 공정성과 자율성 등 이 모든게 함께 어우러진 것"이라며 "국민에게 수신료 인상안을 설득하려면 최소한 이런 장치들이 전제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양 위원은 이어 "공정 보도를 위한 제도 마련에 대해서 조정안에는 노사간 협의중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문제는 노사간 합의도 안 됐고 이사회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보도자율성, 지배구조개선 등의 내용은 한마디도 없다"고 꼬집었다.
방송업계는 KBS가 "지나쳤다"고 입을 모은다. 지상파 관계자들마저 '헛발질'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지상파 관계자는 "우리로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지나치게 열심히 하려다보니 실수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도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 아니냐"며 "유료 N스크린 서비스 pooq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수신료도 받겠다는 논리가 이해가 안간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