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 헝다에서 뛰고 있는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영권. (사진캡쳐=광저우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가 국내 K리그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다. 주로 수비수들과 스타급 외국인 선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지역 일간지 '경화시보'는 "FC서울의 데얀이 장쑤 센이티로 이적이 확정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소식이 국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며 FC서울 구단에는 문의가 쇄도 했다. 서울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에서도 영입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선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슈퍼리그와 K리그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슈퍼리그는 예전 안정환(다롄스더), 김은중(창사진더)과 같은 스타급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와 특급 외국인선수 영입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K리그의 스타부족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동준 DJH매니지먼트 이사는 "기술과 스피드가 좋은 한국 선수들이 성공하면서 중국 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영권(23·광저우)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중앙라인에 특히 K리그 선수들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공격수들은 외국인 선수로 채우고 측면 라인은 자국 선수들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전주대를 졸업한 김영권은 K리그를 밟지 않고 곧장 일본을 거쳐 지난해 7월 광저우에 입단했다.
최근에는 임유환(30·전북현대), 곽희주(32·수원삼성), 김주영(25·FC서울)의 중국행 전망이 흘러나왔다. 이들 모두 수비수다.
K리그 '데몰리션 콤비'의 한축인 몰리나(33·FC서울)와 '와플폭격기' 케빈(28·전북현대)의 중국 이적설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은 각 팀에서 외국인선수 이상의 사랑을 받고 있다.
K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이적료 챙기기와 선수 유출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금액이 높으면 구단 입장에선 고민이 된다"면서도 "팬들의 시선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K리그 구단들 대부분은 모기업의 예산 삭감 통보를 받았다. 구단에서는 예산 규모에 따라 선수 이적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중국 대부분의 구단은 영입하고자 하는 선수들에게 국내 구단의 3~4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다. 짧은 선수생활 동안 많이 벌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한 수도권 대학 축구 감독은 "아직 우리 학교 선수들 중에 중국 진출 얘기를 하는 선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감독은 "지금 선수들 중 K리그 드래프트에 뽑혀 많은 돈을 받는 스타 선수가 될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면서 "무조건 돈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축구광'이기에 너도 나도 슈퍼리그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지난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FC서울과 맞붙은 광저우는 '머니파워'로 무장해 끝내 우승을 차지했다. 광저우 공격을 이끈 외국인 선수 3명(무리퀴, 다리오 콘카, 엘케손)의 몸값은 220억원에 달했다.
이는 K리그 클래식 1개 구단 운영비보다도 많거나 비슷한 금액이다. 광저우의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연봉도 160억원(추정액)이다.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이 리피 감독을 데려올 수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K리그는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 아마추어 선수들의 일본 J리그 이적 열풍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K리그는 '5년룰'을 만들었다. 이는 '아마추어 선수가 신인선수 입단 희망서를 제출하지 않고 해외프로팀에 입단할 경우 5년간 K리그 등록을 금지한다'는 규정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 슈퍼리그의 '머니파워'까지 곁들여진 셈이다. 축구팬들 사이에선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축구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러다 K리그도 네덜란드 리그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유망한 스타급 선수를 키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나 분데스리가 등 빅리그에 비싼 이적료를 받고 파는 '중계무역 리그'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