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법정에서 자신의 횡령사건의 주범으로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를 지목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설범식) 심리로 열린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준홍 전 대표가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할 충분한 동기를 가졌다고 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과정에서 선처를 바라며 허위의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점이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횡령 범행에서 김 전대표가 단순 하수인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자금을 인출해 간 범행의 주범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횡령 사건은 개인 간의 금전거래에 불과하지만, 김 전 고문이 중국에 머무르며 진술하지 못한 탓에 김 전 대표의 허위 진술을 반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의 허위진술로 자신과 형인 최태원 회장이 김 전 고문과 짜고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가 유죄가 됐고, 김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는 것이다.
이날 최 부회장은 김 전 고문의 국내로 송환된 것이 SK그룹이 주도한 '기획입국'이라는 점도 부인했다.
그는 "기획입국이라고 하는데 (나는) 주도할 능력도 없고, 김 전 고문을 만나러 가기 전 (대만에) 한 차례 정도만 가봤다"며 "그룹에서 어떤 행동도 취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구치소 접견록에 나타난 최 회장의 발언을 근거로 기획입국설을 추궁했다.
접견록에는 최 회장이 지난 9월12일, 13일, 17일 3차례에 걸쳐 부인 노소영씨와 계열사 대표 등을 구치소에서 만나 나눈 얘기가 담겼다.
당시 최 회장은 "올 사람이 계속 안오고 있으니까 빨리 오게 해야 할 텐데, 그건 잘 안되는 모양이다", "우리가 노력을 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등의 발언을 했다. 김 전 고문은 지난 9월26일 대만에서 국내로 강제추방돼 송환됐다.
최 부회장은 당시 자신은 불구속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최 회장에게 보고됐다면 자신도 알았을 것이라며 "보고받은 적 없다. 저런 소문이 많았고, 그걸 얘기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 회장도 김 전 고문을 대만 현지에서 만나 입국을 종용하고, 진술을 맞췄다고도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국내로 송환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문건 중에 김 전 대표의 피의자 신문 조서 일부를 소지하고 있었다. 김 전 고문은 2012년 초 최 회장으로부터 이를 건네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최 부회장은 "항소심이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니 들어와서 진실을 밝혀달라는 설득하면서 공판 조서를 들고가서 보여줬다"며 최 회장이 김 전 고문과 만난 사실에 대해서는 "당시 구속돼 있어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다음 재판은 오는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날은 검찰과 변호인 측의 김 전 고문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이날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최재원 부회장(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