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윤아-이연희-전지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tvN, KBS, MBC, SBS)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욕하고 인상쓰고, 술을 마시면 소위 '미친개'가 돼 남성의 입술을 깨물고,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지고, 소시지로 담배를 피고, 음정·박자를 무시한채 노래를 부른다. 때에 따라 화장기가 없기도 하고 사투리를 쓰며, 무릎나온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다.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여배우들의 모습이다.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성나정 역의 고아라,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천송이의 전지현, MBC '미스코리아'(이하 '미코') 오지영 역의 이연희, KBS2 '총리와 나'의 남다정 역의 윤아가 철저히 망가지고 있다.
마치 트렌드인 것 마냥 예쁜 모습은 완전히 감춘채 전혀 색다른 이미지로 드라마에 등장하고 있다. 예쁘려고 했던 모습이 없어지니 인기가 늘고 연기력에서도 재평가를 받고 있다.
고아라는 털털한 나정이로 돌아와 10년 만에 '옥림이' 꼬리표를 떼는데 성공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성질을 부리는 모습은 물론 술을 먹고 입술을 깨무는 장면, 짜장면을 지저분하게 먹는 장면, 허리 디스크가 도져 애벌레처럼 굴러다닌 모습 등으로 고아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쌓았다.
비록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총리와 나'의 윤아도 연기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열혈 여기자 남다정으로 분해 코를 골고 입을 벌린채 소파 위에서 잠을 자다 떨어지고, 만취 연기도 서슴없이 펼친다. 매회 톡톡 튀는 남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별그대'의 전지현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도둑들'의 캐릭터에서 한층 더 망가진 모습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팬들과의 소통이라며 카페모카를 들고 "'모카씨'를 가져온 문익점 선생님 땡큐"를 외치는 등 무식한 이미지의 천송이를 물 흐르듯이 연기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막무가내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나, 매니저의 뒤통수를 물통으로 때리는 모습, 엘레베이터에 탄 남성을 근거도 없이 치한으로 몰고 당황해하는 장면 등은 전지현의 매력은 망가질 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반전은 이연희다. 이연희는 '미코' 오지영을 통해 '발연기'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모양새다.
욕하는 것은 물론 남자에게 담배 피는 법을 알려주고, 의협심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속옷 노출도 마다않는다. 청순미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섹시함을 얹고 있다. 특히 1화 첫 시퀀스에서 화장이 번진 채 등장하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이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렇듯 아름다움을 과시하던 여배우들의 변신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망가지고 있는 과정에서도 그 나름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어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평이다.
서병기 대중문화평론가는 "고아라, 이연희, 윤아, 전지현은 철저히 망가지고 있는 가운데서 그만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대중에게 현실적이고 신선하게 전달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반응이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서병기 평론가는 또 "예전에는 망가지는 역할을 맡으면 다시는 멜로의 캐릭터를 맡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것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망가지는 캐릭터를 맡는 여배우들은 최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여배우들의 모습은 변신이 아닌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여배우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건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요즘 시청자들은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여배우들이 예쁜 모습만 보이려고 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여배우들이 캐릭터에 몰입을 하는 것에 호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