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우투증권 등 M&A 실패가 이어지자 KB 경영진의 인수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배경이 이사회의 보신주의 성향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우리금융(053000) 이사회는 24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우리투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패키지의 우선협상자로 농협금융지주를 선정했다. 우리자산운용은 개별 최고가를 써낸 키움증권의 품으로 갔다.
우리금융은 우투증권 패키지 가격을 가장 높게 쓴 농협금융과 우투증권 개별로만 최고가를 써낸 KB금융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농협의 손을 들어줬다.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전 초기에는 KB금융의 인수가능성에 무게의 추가 기울었다. 그룹의 비은행 부문 강화가 타사보다 절박했고, 자금조달 능력도 농협보다 우위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인수가격 등을 결정짓는 KB 이사회를 거치면서 우투증권 인수전 판도는 농협으로 기울었다. 예비실사 결과 마이너스(-) 가치로 평가된 매물들까지 인수해야 하느냐는 반감이 이사진들 사이에서 확인된 것.
KB금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필요없는 매물(생명과 저축은행)까지 포함해서 비싼 값으로 우투증권을 사들일 필요가 있느냐라는 반감이 있었다"며 당시 이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KB금융은 우투증권 개별가격은 1조1500억원 가량으로 가장 높게 쓰고 패키지 전체가격은 1조원 수준으로 가장 낮게 제시했다. 사실상 생명과 저축은행 인수를 거부하고 우투증권만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KB금융으로서는 결론적으로 '패키지 일괄매각'이라는 우리금융 민영화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패착이 됐다.
비은행 인수 실패가 잇따르면서 조직 안팎에선 KB 경영진의 인수전략 부재가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이사회가 경영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전임 어윤대 회장 재임시절(당시 임영록 사장)에도 ING생명 인수가 이사회 반대에 가로 막혔다. 표면적으론 보험업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지만 정권 말기 보신주의 등이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번에는 적정가격보다 비싼 값에 우투증권 패키지를 인수할 경우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영록 KB 회장이 '적정가격'을 전제조건으로 재차 강조한 것도 이사회 성향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ING생명 인수를 좌절시켰던 이사회 구성도 달라진 게 없다. 함상문 전임 이사가 임기 만료로 퇴임한 것 말고는 이경재 의장을 비롯한 8명의 사외이사들이 그대로다. 이영남 전임 이사는 일신상의 이유로 최근에 물러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 성향이나 경영진과의 역학관계는 임영록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우투증권 입찰건을 보더라도 CEO 등 경영진이 이사회를 적극 설득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