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마치고 지난 10월15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서 입국해 입국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이대호. (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멋진 구단에 입단해 기쁘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으로 우승을 노릴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설렌다."
'빅보이' 이대호(31)가 결국 리그 정상 복귀를 노리는 인기팀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단복을 입는다. 일본 프로야구 관례상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이대호는 최고 수준으로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24일 저녁 이대호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측근과 다수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계약 내용은 '3년(2+1년)간 기본 보장 총액 14억5000만엔(한화 약 147억원), 성적에 따른 옵션 연간 최대 1억5000만~2억엔'으로 파악된다. 일본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수준 계약액이다.
현재 가족과 해외여행 중인 이대호는 구단을 통해 "소프츠뱅크 호크스라는 멋진 구단에 입단해 기쁘다. 소프트뱅크 소속으로 우승을 노릴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은 내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팀 동료와 우승을 목표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내로 귀국하는 이대호는 내년 1월4일 개인 훈련을 위해 사이판에 출국하며, 2월1일 미야자키현 아이브 스타디움서 시작될 소프트뱅크 스프링캠프 합류에 앞서 1월 하순 일본서 입단식을 진행한다. 일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한국에서 정식 기자회견도 진행한다.
◇일본서 적응에 성공한 이대호
한국 롯데 자이언츠 시절 타격 7관왕에 오르며 한국 무대를 평정한 그는 2012년 오릭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당시 2년간 보장 금액인 7억엔(당시 한화 약 105억원, 계약금 2억엔, 연봉 2억5000만엔)과 연간 인센티브 3000만엔은 최고대우로 여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첫해부터 빼어난 성적(24홈런 91타점, 타율 0.286)으로 팀의 4번 타자 자리를 꿰찼고,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릴 것"이라는 주변 우려를 비웃듯 올해 더욱 나아진 빼어난 실력(24홈런 91타점, 타율 0.303)으로 자신의 가치를 알렸다. 하위권에 머무른 오릭스에서 '유일하게' 내세울만한 타자로 자리잡은 것이다.
결국 이대호는 최고 대우로 일본에서 두번째 계약을 맺었다. 알려진 계약 조건에 따르면 그는 2014년 4억엔,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5억엔을 받게 된다.
이대호가 오는 2014년 보장받은 연봉인 4억엔은 일본 리그에서 최고 기량의 극소수 선수만 받을 수 있는 고액연봉이다. 올시즌 4억엔 이상을 받은 일본 리그 선수는 포수 아베 신노스케(5억7000만엔), 투수 스기우치 도시야(5억엔), 우쓰미 데쓰야(4억엔·이상 요미우리), 다나카 마사히로(4억엔·라쿠텐) 등 오직 4명뿐이었다.
2015년 연봉이 5억엔으로 치솟게 된다면 연봉 순위는 일본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포함될 높은 수준으로 올라간다. 일본 리그에 확실하게 적응한 그의 실력을 반증한다.
◇이대호 영입한 소프트뱅크, 어떤 팀?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일본 후쿠호카 연고의 팀으로, 국내에는 IT기업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재일교포 3세 손정의 회장이 구단주인 팀으로 잘 알려진 구단이다.
구단의 시초는 1938년 난카이 전기 철도를 모회사로 하는 난카이군(南海軍)이다. 이후 긴키 그레이트 링(1946~1947년), 난카이 호크스(1947~1988년),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1989~2004년)를 거쳐 2005년 소프트뱅크가 인수해 현재 이름을 사용 중이다.
1970년대까지 소프트뱅크는 10차례 퍼시픽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2차례 우승으로 강호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후 20여년간 침체 기간도 겪게 된다.
1990년대 말부터 다시 전력이 살아나던 소프트뱅크는 1999년·2003년 일본시리즈를 제패하며 자존심을 되찾았다.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다이에 호크스를 인수하며 지금의 체제를 갖춘 것은 구단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올해는 '가을 야구'를 치르지 못한 'B클래스(리그 팀 중 중간 이하 팀을 의미)'에 속했다. 퍼시픽리그 팀 타율(0.274), 팀 득점(660점), 팀 홈런(125개)에서 모두 1위를 거친 것과는 다른 결과다. 거금을 투자하며 '결정적 순간 한 방을 터트릴' 이대호를 영입한 이유다.
2004년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손정의) 회장이 다이에 호크스를 인수하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소프트뱅크 구단은 후쿠오카를 연고로 하며가 단장을 맡고 있는 일본의 야구 명문이다.
소프트뱅크는 매 경기당 평균 3만3000여 명의 관중이 홈 구장인 야후돔을 방문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한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 타이거스 등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인기 구단으로 손꼽힌다. 현재 단장은 '왕년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맡고 있다.
◇전력을 갖춘 소프트뱅크와 우승 기록을 노리는 이대호
소프트뱅크는 결정적 순간의 '한방'을 쳐낼 4번 타자 영입을 노렸다. 이대호는 개인 성적은 뛰어났지만 팀이 하위권에서 맴돌자 많은 갈증을 느꼈다. 이번 이대호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계약 결정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적절한 결과다.
비록 올해 B클라스에 그쳤지만 퍼시픽리그 타율·홈런수·득점 모두 선두를 지킬 정도로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다.
소프트뱅크는 게다가 우치가와 세이치(19홈런 92타점, 타율 0.316)와 하세가와 유야(19홈런 83타점, 타율 0.341) 등 일본 정상급의 교타자를 보유하고 있어, 이전 팀인 오릭스와 달리 팀내 공격력에 대한 부담이 많이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후돔이 일본의 대표적인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란 사실은 '홈런 타자' 이대호 입장에선 부담이다. 담장이 유난히 높고 외야가 넓어 홈런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이번시즌 소프트뱅크에서 20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마쓰다 노부히로 뿐이다.
실제로 이대호는 초반부터 소프트뱅크의 러브콜을 강력하게 받고도 이같은 야후돔 특성 때문에 한동안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망설였다. 팀특성상 '결정적 한방'이 중요한데, 홈 구장의 특성상 팀 기대에 부응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결국 어려움을 알고도 도전을 택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했지만 자기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일 태세다.
프로 데뷔 이후 한국 롯데와 일본 오릭스에서 최고 타자로 맹활약을 펼쳤지만 지금까지 전혀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이대호. 이대호가 과연 소프트뱅크에서 우승 열망을 이뤄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