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국내 연구개발(R&D) 투자부문 부동의 1위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지난해 R&D 비용으로만 총 795억원을 쏟아 부었다. 전체 매출의 15%에 가까운 금액을 R&D에 투입했다.
단연 과제는 신약 개발이다. 기존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과 일반 의약품에 치중하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목표는 글로벌 시장. 주요 과제로 항암 및 바이오, 복합신약을 설정했다.
규제 중심의 국내 제약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열악한 국내 환경을 더 이상 '탓'만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바이오신약, 미국·유럽에서 임상 ‘순항’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바이오신약과 차세대 표적항암제, 그리고 치료 효율을 극대화한 복합신약이 핵심이다. 먼저 바이오신약은 지난 2006년 자체개발에 성공한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바탕에 두고 있다.
랩스커버리는 매일 주사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약효 지속시간을 최대 월 1회까지 늘려주는 혁신적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이를 적용해 당뇨병치료제, 인성장호르몬, 호중구감소증치료제, C형간염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 임상을 미국, 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최근 5년 R&D투자 비율 현황
월 1회 투약하는 당뇨병치료제로 세계 최초로 개발 중인 ‘LAPS-Exendin’는 유럽에서 환자 대상 단회투여 임상과 미국에서의 반복투여에 대한 임상 2상을 마친 상황. 최근에는 미국, 유럽, 한국 등 10여개 국가 90여개 시험기관에서 제2형 당뇨환자 250명을 대상으로 다국가 2상 임상에 돌입했다.
또 세계 최초로 주 1회 투약 가능한 인슐린 제제로 개발 중인 ‘LAPS-Insulin’에 대한 전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심 항암신약 개발 ‘박차’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심의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내성암에 효과를 보이는 표적항암제 ‘HM781-36B’는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을 타깃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미국 제약사인 카이넥스와 공동으로 다중 표적항암제인 ‘KX2-391’에 대한 임상 1상을 미국 현지에서 진행 중이며, 자궁암과 유방암 등 광범위한 암을 타깃으로 미국과 홍콩 등에서 추가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아모잘탄’ 전 세계 51개국 수출..복합신약 명가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은 한미약품의 복합신약 개발 역량을 전 세계에 입증한 대표적 품목이다. 한미약품은 7년간 140억원을 투입해 고혈압치료제(CCB 계열) ‘아모디핀’과 ARB 계열 ‘오잘탄’(로살탄 칼륨)을 결합한 복합신약 ‘아모잘탄’ 개발에 성공했다.
각고의 연구개발 노력 끝에 탄생한 ‘아모잘탄’은 현재 ‘코자엑스큐’란 브랜드로 전 세계 51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판매는 미국의 다국적제약사인 MSD가 담당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약을 다국적제약사가 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아모잘탄’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MSD와의 계약을 통해 입증된 한미약품의 복합신약 개발 역량은 GSK, 사노피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제약사들과의 복합신약 공동개발 계약으로 이어졌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GSK와 복합신약 공동개발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사노피-아벤티스와도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신약 ‘로벨리토’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ARB 계열 고혈압치료제와 복합한 최초의 복합신약인 ‘로벨리토’는 이달부터 시장에 출시됐다.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가 제품 개발에서부터 출시,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동시 협업한 신 사업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임종윤 사장, 북경한미연구센터 ‘진두지휘’..글로벌 신약 전진기지
한국과 중국을 잇는 R&D 네트워크인 북경한미연구센터는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한미약품의 전진기지다. 2008년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북경연구센터는 출범 초기 30여명이던 연구 인력을 현재 120명 수준으로 크게 늘렸다.
특히 연구원의 60%가 북경대, 청화대, 심양대 등 중국 명문대학 출신이며, 87%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일 정도로 우수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센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 섰다.
이관순 사장은 “동시다발적인 해외임상과 북경연구센터와의 R&D 네트워크 등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R&D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준비 중인 신약들이 글로벌 시장에 최대한 빨리 론칭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