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보다 값진 정형돈의 최우수상

입력 : 2013-12-30 오전 10:17:26
◇정형돈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상파 방송국 시상식이 식상해진 건 오래 전 일이다. tvN '꽃보다 할배' 등 케이블의 약진으로 인해 지상파 예능이 방송계 전체를 아우르는 존재감도 약해졌다.
 
아울러 매번 지적되는 공동수상의 남발로 인한 퍼주기식 시상은 상의 위상도 떨어뜨린다. 
 
지난 29일 열린 MBC 연예대상도 이러한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예능인들이 모이는 잔치라 위트있는 수상소감은 적지 않았지만, 감동적인 장면은 많이 연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미있고 빛이 난 수상이 있었다. 정형돈의 최우수상이다. '무모한 도전' 시절부터 아낌없이 몸을 망가뜨린 정형돈에게 이날의 최우수상은 남다른 의미가 있어보였다.
 
지난 2007년 이순재와 함께 '무한도전' 팀으로 대상을 수상한 정형돈은 2008년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9년에 다시 연예대상에서 PD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3 MBC 연예대상 이전까지 약 3년간 정형돈에게 개인수상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형돈이 가장 큰 활약을 한 시점은 이때였다.
 
이전까지 '무한도전'에서 큰 활약이 없었던 정형돈은 일명 '족발당수'로 인기를 끈 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미친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이라는 '미존개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매회 진심으로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했고, 봅슬레이나 레슬링 등을 하는 '무한도전'에서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에는 목발을 짚고 시상식에 참여했다. 당시 후보에는 올랐으나 박명수가 수상하며 정형돈에게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1년에는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방송 중 조관우의 '늪'을 부르며 한껏 그 위상을 높였다.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독특한 패션으로 주목을 받았고, 자연스러워진 입담으로 '건방진 형돈이'의 캐릭터도 잡았다.
 
'무한도전' 뿐 아니라 '꽃다발', '여우의 집사', '룰루랄라' 등 MBC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하지만 수상이 유력했던 2011년에는 동료인 유재석이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무관으로 시상식장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 29일 그간 무관의 설움을 떨치고 최우수상을 받았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그에 소감에는 MBC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있었다.
 
이날 정형돈은 "어느 순간 시상식 오는 게 귀찮은 일이고 빨리 끝났으면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시상식을 가봤다. 얼마나 감동스러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동안 무미건조하게 참여했던 내가 못나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자신을 제치고 수상한 박명수와 유재석에게 웃는 모습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상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형돈은 "올해부터는 자리에 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기로 했다. 언젠가 오고 싶어도 못 올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상을 받든 못 받든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망가지는 걸 넘어서 문드러지겠다"고 말했다.
 
진지하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가는 정형돈의 수상소감 장면은 이날 가장 뭉클한 순간이기도 했다.
 
올해 정형돈은 자신의 이름으로 런칭한 돈까스의 함량 미달 논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정형돈은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언론사에 배포해 해명하기도 했다.
 
매번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에게 있어 올해는 어쩌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됐을 수 있다. 그런 와중에 받은 최우수상은 더욱 값지게 여겨진다.
 
"내년에는 문드러지겠다"는 정형돈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또한번 도약하는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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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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