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가 30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텍사스 보안관'이 된 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가 새로운 팀과의 계약에 따른 소감을 밝히고 앞으로의 각오와 계획을 설명했다.
추신수는 30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FA의 자격을 얻은 추신수는 텍사스와 7년 최대 총액 1억3000만달러(한화 약 137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역대 메이저리그(MLB) 외야수 FA 총액 6위에 달할 정도로 높은 액수다.
추신수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렇지만 특유의 겸손한 모습은 여전했다.
이날 추신수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와줘셔서 감사하다.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앞으로 그동안 받은 사랑을 더욱 베풀며 살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지난해와 비교해 출루율이 높아졌다. FA를 의식한 것이 있나.
▲2S(2스트라이크) 되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2S가 되든 전이든 같은 자세였다. 시애틀 소속일 때 마이너리그 선수는 2S 이후로 의무적으로 타격 자세를 바꿔야 하는 룰이 있었는데 당시 생각이 많이 났다. 공을 더 많이 본다고 하는데 그것이 적잖다.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볼카운트가 2S가 되면 배트를 짧게 잡고 방어적으로 했다. (결국 시즌 종료 후 보니) 2S 이후 성적이 굉장히 좋은 것으로 나타나 나도 놀랐을 정도다.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비행기를 타고 오며 어떤 생각을 했는가.
▲애리조나 시간으로 새벽 1시 무렵 '오늘은 연락이 올 것 같다'고 에이전트와 대화 중이었다. 와이프와 앉아 13년간 있던 일들에 대해 대화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았다. 13년이 5분짜리 영화처럼 짧게 지나갔다. 사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기까지 오면서 이 정도를 목표한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라는 것, 그 무대에 뛸 수 있다는 것만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얻었다. 그러다보니 '행운아'라고 스스로 느낄 정도로 믿겨지지 않았다. 와이프와 얘기하며 서로 눈시울도 젖었다. 이제 또 다른 야구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 있을 때 와이프가 고마웠을 때가 언제인가.
▲사실 돈이야 가족을 위해 버는 것이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도 미안하고 마음아픈 것은 애 셋을 낳는 데까지는 옆에서 지켜줬는데 애가 태어나면 바로 시합하러 갔다. 애 셋 나으며 한 번도 산후조리를 해준 적 없다는 것, 나는 그것이 지금도 가슴이 아프고, 많이 미안해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성적이 이 정도가 되도 아쉬운지.
▲100% 만족은 없다. 3할 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 비록 지긴 했지만 상대 팀으로 하여금,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기억남는 경기를 했다는 점이 기쁘다. '300출루'라는 기록이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기록 한 달을 남기고 팀 동료인 조이 보토가 얘기해 처음엔 그냥 흘렸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다가오니 실감이 났다. 한 팀에서 선수 둘이 300출루한다는게 메이저리그 역사에 별로 없다는 것을 듣긴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감이 나더라. 제일 좋은 기록같고 보람있다.
-결국 텍사스를 택한 이유를 꼽자면.
▲사실 FA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야구를 그만 두는 선수가 반 이상이다. 정말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는 것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짜 내가 원하는 팀에 가고 싶었다. 이기는 팀이 첫 번째 조건이었고, 가족이 얼마만큼 그 지역에서 편하게 사는 것이냐도 내게 중요했다. 가족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으니 텍사스가 가장 괜찮았다. 텍사스가 적극적으로 오퍼도 했다. 마음속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제 마음 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텍사스가 있었던 것 같다.
-텍사스로 계약을 맺은 과정에 대해 간략히 말해달라.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FA 계약의 기간이 시작된다. 10팀 정도가 오퍼가 왔다고 들었다. 좁히다 보니까 3팀이 나왔다. 양키스도 나왔다. 그런데 양키스에 대해서는 오해가 많은 것 같다. 명문 구단이라 뛰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저희는 그 이유를 듣고 도리어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오퍼를 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예스와 노를 답하는 것은 아니라 본다. 이후 텍사스가 내게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장기 계약을 맺은 배경은.
▲금액적인 것은 몰라도 기간은 (늘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벨트란과 계약할 때도 금액보다 기간 설정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결국 7년을 했다. 부담감이 아닐 수 없다. 제가 함께 가야 할 고민이고 제가 잘 다스려야 한다. 사람이기에 부담감은 없을 수 없다. 저는 제가 하는대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너무 잘 하려 하다보니 더 안 좋은 게 있다.
-내년 좌익수를 볼 수도 있다. 수비위치 변화가 부담되나
▲시즌 전 중견수로 이동하면서 표현은 안했지만 굉장히 부담이 있었다. 수비연습을 하는게 별거 아닌것 같지만 스트레스를 받았다. 중견수로 잘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중견수보다는 못했을지 몰라도 처음한 것 치고 잘했다고 생각한다. 코너 외야수로 가는 건 중견수만큼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것도 해봤는데 못할 것 뭐 있겠냐는 자신감이 든다.
-대박 계약 원동력인 좌완 약점 극복, 그리고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하고 나서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아마 인생에 있어 정말 힘든 시기를 꼽으라면 왼손 투수 상대할 때가 세 손가락안에 들 정도다. 그런 문제로 인해 반쪽자리 선수가 된다는 것이 싫었다. 기술로 해결될 수 없는 정신적인 문제였기에 정신과 의사도 만나봤고, 왼손 투수에게 잘치는 타자들에게도 조언도 구했다. 그러나 조언을 구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타석에서 내것을 가져가야 하는데, 자신감이 안 생겼다. 좌완이 공을 던지려고만 해도 나한테 공이 날아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들었다. 극복을 한 건 가족이었다. '겁을 먹고 물러선다면 우리 가족은 밖에 나가앉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공이 잘 맞아나가기 시작하며 자신감이 생겼다. '좌완에게 못 친다'는 생각은 안한다. 야수 정면으로 간 것도 많고 그런 편견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쓰지 않다보니 점점 나아졌다.
-미국에 가기 전 투수 재능도 있었는데 가끔 투수로 뛰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나.
▲그런 생각 정말 많이 했다. 왼쪽 투수였기에 메이저리그에 3년만에 갔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레벨은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생활을 장담하지 못했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 빨리 올라가는 것 외에는 지금보다 나은 것이 없을 것 같다.
-텍사스에 강타자가 많다. 새 팀인 텍사스에 대해 기대가 되는 부분은.
▲너무 기대된다. 오는 스프링캠프가 정말 기대된다. 신시내티에서처럼 한다면 텍사스에 플러스의 도움이 될 것 같다. 그것을 보고 텍사스가 장기 계약을 했을 것이다. 몸만 따라준다면 제가 원하는 기록은 항상 따라온다고 믿고 있다.
-신시내티에 좋은 타자들이 많다. 그들에게 느낀 점은.
▲신시내티에는 엄청난 금액의 연봉을 받는 조이 보토를 비롯해 정말 인정받는 선수들이 많다. 내가 놀랐던 것은 그들의 경기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다는 것이다. 굳이 타격코치를 통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너무 잘 한다. 선수들 간의 정보 공유도 빼어나다. 신시내티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지는 팀들은 항상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기는 팀은 이긴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1년을 뛰며 다른 것보다도 선수가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배웠다.
-올해 유달리 몸에 맞는 공이 많았다.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사실이 '타석에 바짝 붙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말은 '안 피한다'이다. 오래 뛰었기 때문에 심판도 상대 선수도 내게 묻는다. 바짝 붙는 것도 아닌데 왜 맞느냐고. 다만 나는 안피할 뿐이다. 이미 나에 대한 분석은 다 돼있다. 내가 그것 때문에 타격 자세를 바꾼다면 내가 잘 치는 타구를 잃는 것이다. 부러지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맞을 준비가 됐다.
-다르빗슈와 함께 뛰는 점에 대한 기대감, 아메리칸리그 서부에서 이와쿠마와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은.
▲메이저리그 탑 클래스 선수임은 분명하다. 그런 투수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 좋다. 먼저 다가갈 준비가 돼 있고, 먼저 다가가 친해지고 싶다. 이와쿠마는 정말 좋은 공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잘 쳤던 기억이 많기에 만난다면 잘할 자신이 있다. 나는 잘 할 마음 자세가 돼 있다.
-감독이 계약 후 따로 요구한 사항은.
▲감독님은 자기 생각에는 지금 1번 타자-좌익수 생각 중이란 말을 했다. '지명타자 고정 1명은 싫다'고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하고 상위 타선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타순은 상관이 없다.
-'좌완 상대할 때 힘들다'고 말을 했는데 또 다른 힘든 점은 무엇이 있나.
▲미국 생활이다. 18살 때 처음 미국에 왔는데, 야구라는 것 하나만을 하다 왔다. 그래서 사회생활 하는 법도 몰랐고 친구도 없이 혼자 생활해 외로웠다. 외로움이 제일 컸다. 정말 이제는 자리를 잡았으니 이제는 그런 선수를 챙기고 돌아봐야할 때가 됐다.
-노력과 재능, 추신수는 어떤 부분에 더 뛰어난 선수인가
▲운동은 타고 난 것 같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빨리 배운다. 따라하는 건 잘한다. 앞을 생각하고 어떤 걸 이야기하는지, '이걸 원하는구나'를 빨리 이해했던 것 같다. 자기 자신을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 제 1원칙이다. 노력은 나보다 더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야구를 대하는 마음이다. 내 자신을 평가하진 못하겠다.
-야구 기량으로 벽에 부딪혔을 때는.
▲2007년 팔꿈치 수술할 때다. 가족이 생기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다보니 확실히 나를 받아줄 수 있고 말도 통하는 한국 팀에 가면 편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에 갈 결심을 하고 와이프에게 이야기하니 극구 말렸다. 수술하고 재활할 때다. 그 때부터 서로 얘기를 했고 와이프가 잡아줘서, 뭔가 모르는 힘이 생겼다. 정말 재활 열심히 했고 많이 했다. 그래서 예정보다 2개월 빨리 (재활에서) 복귀했다.
-재단 활동도 시작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
▲제가 이런 생각을 느낀 계기는 올해 더스티 베이커 감독에게 물었던 때로부터 비롯됐다. 감독은 "우리는 이미 메이저리그라는 곳에 뛴다. 우리는 몇 십만 명의 한 명이다. 무엇을 더 원하느냐. 우리가 받은만큼 주는 것이 '엔조이 베이스볼(Enjoy Baseball)'이다"라고 말하셨다. 그때 마음이 뜨거웠다. 주위를 돌아보고 주는 만큼 기쁜 것이 없다. 자세히 보면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말 이제는 시작해야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 구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지인들과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올해는 많은 것을 할 수 없지만, 한 순간이 아닌 장기적으로 할 무언가를 생각 중이다.
-새 감독과의 호흡은 어떨 것 같나.
▲계약 전에 감독, 단장님 등 관계자 5명과 미팅을 했다. 베이커 감독이 앞에 앉아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많은 것들이 (신시내티 시절과) 비슷했다. 선수들 편에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도 편했다. 느낌이 좋았다.
-어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내가 어릴 때부터 목표가 있었던 것 같다. 목표에 어떻게 다가가냐가 중요한 것 같다. 진지하게 제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운동을 했다. 굳이 이야기하면 어린 친구들에게는 사실 요즘에는 야구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제가 할 때는 야구만 했다. 제가 못 했던 공부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고, 책도 잘 읽었음 좋겠고, 지식도 많이 쌓았음 좋겠다. 목표에 대해 생각하면 최선을 다하면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것을 이루고 한국에서 뛸 생각도 있나 생각한다.
▲7년 계약을 했다. 앞으로는 모른다. 하지만 아직 생각해본 적은 없다. 지금 생각으로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것 같다.
-17번 배번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그 번호를 선호한 이유가 궁금하다. 향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기회가 있다고 보나 궁금하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생활을 할 때 꾸준히 달았던 번호다. 선배가 달던 1년 정도 빼고는. 운이 좋게 그 번호가 항상 비어서 썼다. 팀에서 (배번으로 17번을 쓰겠냐고) 물을 때 너무 좋았다. 내년 아시안게임을 있는데 시즌과 맞물리지 않으면 나갈 생각이 있다. 군복무 혜택을 비롯한 많은 혜택을 받았고 나를 위해서 희생하던 동기와 선후배가 있기에 돌려줄 때가 된 것 같다.
-아버지나 남편으로 하는 목표는.
▲저는 지금 해온대로 하면 될 것 같다.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니 매일 (가족을) 볼 수 있어 좋다.
-선수로서 장기 목표는.
▲명예의 전당까지는 가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메이저리그에서 건강하게 오랫동안 뛰는 것이 목표다. 38~39까지. 올해 했던 100-100도 있지만 150-150, 200-200, 300-300도 해보고 싶다. 이번에 100-100을 하면서 목표가 생겼다. 단 건강한 것이 내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많은 분들이 중계를 시청했고 그 때마다 성적도 꽤 좋았다. 지금까지 이런 성적을 내고 이런 계약을 했던 것과 관련해 내가 잘 되길 응원해준 분이 없었다면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