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2014년 1월1일부로 라트비아가 유로존의 회원국이 됐다.
라트비아는 인구 200만여명에 불과한 동유럽 국가로, 다른 소비에트 연방국가인 슬로바키아와 에스토니아가 각각 16, 17번째로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뒤를 이어 18번째 가입국이 됐다.
라트비아는 지난 2004년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지대의 회원국 가입했으며, 지난해 6월 마침내 유로존 가입을 최종 승인 받고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날부터 라트비아의 자국 통화인 라트화는 1유로당 0.7라트의 고정비율이 적용되며, 오는 15일부터는 라트화가 공식 폐지된다.
최근 유로존 내 위험국들의 위기로 누가 먼저 유로존을 탈퇴할 것인가 하는 의혹이 떠올랐지만, 라트비아가 새로 합류하면서 유로존의 위상이 더욱 강건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긴축과 성장' 두마리 토끼 잡은 라트비아, 유로존 가입 요건 만족
라트비아는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UN, 유럽연합(EU) 등에 가입하면서 유럽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유로화 사용과 유로존 경제권으로 완전히 진입하기 위해 라트비아는 꾸준히 노력해왔고, 기준 통화를 유로화로 전환한지 8년만에 최종 가입에 성공했다.
라트비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1905달러에 불과해 지난 2012년 기준 EU 평균의 3분의2, 독일의 GDP에는 절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라트비아의 경제성장률은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 지난해 GDP 성장률은 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유로존 전체 경제 성장이 0.6%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하면 높은 성과다.
게다가 라트비아는 긴축과 성장이 결합된 경제성장 모델을 구축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라트비아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75억유로를 빌렸지만, 이후 엄격한 긴축정책과 간접세 인상 등으로 재정적자 규모를 17% 가까이 줄이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임금을 25% 줄였다.
이로써 라트비아는 물가 및 환율 안정성, 정부부채와 재정적자 감축 등 유로존 가입 요건을 만족시켰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의 한 상점 직원이 유로화를 세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라트비아 유로존 가입, 득인가 실인가
라트비아의 유로존 가입 여부는 국가 내에서도 큰 논쟁거리였다. 지난해 6월 라트비아가 유로존 가입을 최종 승인받았을 당시에도 가입을 지지하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38%에 불과했다.
금융위기 이후 엄격한 긴축정책과 통화 평가절하, 구조적 개혁이 성공을 거뒀지만, 유로존에 가입함으로써 물가 상승, 국가의 독립성과 정체성 훼손 등 새로운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트비아에는 유로존 회원국이라는 지위에 걸맞는 혜택도 주어질 전망이다. 라트비아는 국내 생산품의 30%를 유로존 국가들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유로존에 합류함으로써 환거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국가의 외부자금 조달과 외환 부채 상환에 있어서도 리스크가 감소하며, 외국인 직접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라트비아 뒤를 이을 다음 타자는?
발트 3국 중 유일하게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리투아니아도 내년 초 유로존 가입에 골인할 것으로 보인다.
리투아니아는 2002년 자국 통화 리타스를 유로화에 연동 조치하고 2004년에는 유럽환율조정장치(ERM)에 편입했으나 물가상승률이 가입 조건을 초과하면서 2006년 5월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유로존 가입을 거부당했다.
리투아니아는 당초 유로존 가입 목표시점을 2014년으로 설정한 바 있으나, 아직 높은 수준의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미뤄진 상태다.
또 다른 잠재적 차기 회원국은 폴란드와 불가리아, 루마니아다.
폴란드 내에서는 유로존 가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무려 폴란드 국민 70%가 유로존 가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EU에 가입할 당시에는 유로존 편입 시기를 2009년으로 내다봤었지만, 유럽발 경제위기와 그리스 사태로 유로존 가입이 불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폴란드 정부는 현실적으로 2015년이 유로존 가입 결정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가리아는 지난 2012년 9월 유로존 불확실성 확대로 가입을 보류한 바 있으며, 루마니아는 지난해 경제성장부터 먼저 이뤄야 하겠지만 유로존 가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사를 비쳤다.
이들은 아직 유로존 가입 요건 중 하나인 ERM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라트비아가 가입 이후 순탄한 여정을 보여준다면 다른 동유럽 국가들 역시 유로존 가입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