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 신년사에 깃든 `신뢰`의 의미

당국, 신뢰 하락으로 인한 몸 낮추기?
"정치권처럼 空約에 그쳐서는 안돼"..구호보다 신중한 접근 필요

입력 : 2014-01-05 오후 1:11:01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청마(靑馬)의 해가 새롭게 열리면서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의 신년사의 화두는 뭐였을까. 두 기관장의 공통 키워드는 '신뢰'였다.
 
2일 금융당국을 비롯해 금융업계도 나란히 시무식을 열고 공식적인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한 가운데 두 기관장이 공교롭게도 `신뢰'라는 화두를 꺼낸데 대해 금융권 전반에서는 비판적인 뒷담화가 한창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사자성어를 화두로 꺼내며 신뢰가 없이는 금융의 존립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시무식에서 "유사사례 재발방지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함으로써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해 `신뢰`를 화두로 꺼냈다. 최 원장은 이미 지난달 17일 기자단 송년회에서도 "새로운 한해에는 일념통암(一念通巖)의 정신으로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업계와 당국은 공히 "동양사태라는 큰 사건을 거치면서 은행, 증권 등 업계 뿐만 아니라 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데 따른 것"이라고 비판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금융비전을 제시했고 구체적인 집행에 나서려면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보다 외부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우선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혹평이 이어졌다. 한 관계자는 "신년사인 만큼 구호에 그친 이야기가 많고 특히 동양사태, 국민은행 부실의혹 등 검사 중인 문제가 많아 몸을 낮춘 느낌"이라면서 "당국 스스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부분에 대한 반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신 위원장이 언급한 '금융전업가'와 '금융 스타플레이어' 육성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많았는데 이와 비슷한 시도를 했던 것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맥쿼리 등과 같은 대형 금융전문회사가 나오려면 과감한 규제혁파가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에 눈치를 보고 경영전략을 짜야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쉬운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치권의 선거 때마다 남발되는 공약처럼 양 기관장의 신년사 구호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과거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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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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