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은퇴기금은 디폴트(자동투자) 방식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재무관리 교수는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제적 과제인 은퇴기금 확보를 위한 대응'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나이가 같더라도 소득이나 연금급여, 건강 상태 등은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머튼 교수는 이날 "사람들은 삶의 수준이 높거나 낮거나 그것에 익숙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 은퇴 이후에도 은퇴 직전의 생활 수준이 유지되는 것을 원한다"며 "은퇴기금의 목표는 은퇴 직전의 소득 수준을 유지해주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 은퇴 준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모든 사람이 스스로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거나,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 탈 수도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개인별 맞춤형으로 은퇴기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머튼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기금 제도에 특정 연령대를 같이 묶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모든 사람이 같은 투자전략을 사용하는 꼴"이라며 "성별을 말하지 않고 나이만 알려주면 정확한 의료 진단을 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머튼 교수는 "개인이 원하는 은퇴소득, 저축액 등 여러 가지 재무 목표를 입력하면 은퇴 이후 소득을 자동차 계기판과 같이 쉽게 알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며 "개인이 직접 의사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고 그것에 익숙해지면 목표하는 은퇴소득을 달성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직연금은 직원이 믿을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직원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모든 은퇴자산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인적 자본도 그것에 포함돼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머튼 교수는 "한국도 은퇴기금 관련 제도를 바꿔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지금부터 내리는 결정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 정도로는 되겠지'와 같은 생각으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재무관리 교수가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제적 과제인 은퇴기금 확보를 위한 대응(Meeting the Global Challenge of Retirement Funding)'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