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집행유예 선고.."담담합니다"

"집행유예 예상 못했다"..금호석화 "환영"

입력 : 2014-01-16 오후 1:35:05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담담합니다."
 
16일 오전 10시15분께 서울남부지방법원 406호 법정을 빠져나오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이날 박 회장에 대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1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7년과 벌금 300억원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는 평가다.
 
선고가 내려진 뒤 법정을 나서는 박 회장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그는 "(1심이) 잘 끝났다"는 말을 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굳은 표정을 풀었다. 재판부의 선고 결과를 예상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향후 대응은 변호사와 상의할 것"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남부지법에 들어섰다. 법원으로 들어서는 박 회장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선고에 앞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딱히)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오늘 선고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에 대해서는 "죄가 없다고 생각해서 판사님이 선고를 잘 내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둘러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법정에는 금호석유화학 계열 임원을 비롯해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도 참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선고 직후 재판부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일부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유죄 판결은 다소 아쉬움이 있으나, 지난 3년간의 길고 지루한 공방 속에서도 끝까지 공정성을 잃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일부 혐의에 대한 항소 여부는 검토 후 대응하겠으며, 차분히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을 지켜본 금호석유화학의 한 고위 임원은 "최악의 결과를 면해서 다행이다"면서 "이번 선고를 계기로 내부의 사기가 진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항소 여부에 대한 검토는 원론적 입장일 뿐, 재판부 결정을 지극히 환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재판부는 박 회장이 아들인 박 상무에게 9회에 걸쳐 73억원을 대여한 혐의에 관해서 박 상무의 담보 능력을 인정하고 무죄 판결했다.
 
또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가 손실을 피한 혐의와 약속어음을 발행해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 지인의 회사에 납품가를 낮춰 공급하도록 지시해 특혜를 준 혐의 등 검찰의 공소 내용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14회에 걸쳐 34억원을 대여한 점에 대해서는 변제능력을 심사하지 않고 무담보로 대여한 점이 인정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박찬구는 자신의 아들에 회사자금을 대여해 법인자금을 개인 돈처럼 인출하듯 이용해 회사에 34억여원의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유발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다만 피고인의 아들이 대여금을 변제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짧은 소회를 전했다. 그간 대기업이나 재벌총수 범죄에 대해 경제발전 기여 등을 이유로 일반 국민들의 범죄에 비해 비교적 관대하게 처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기영 부장판사는 "대기업이라는 거대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행위에 대해 개인이나 중소기업처럼 작은 조직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대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다른 기준을 따를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그간의 고심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다만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범죄 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증명이 이르러야 한다는 점은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입각해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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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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