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기록하며 무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했지만 정부의 수출정책은 여전히 대기업 위주라는 지적이다. 이에 수출구조 다변화와 수출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총수출액은 5597억2300만달러로 집계돼 441억9400만달러의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달성했으며, 3년 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수출입 증가율 추이(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는 지난 1964년 우리나라가 최초로 수출액 1억달러를 넘어선지 50여년 만에 이룬 성과로 세계 무역사상 유례없이 반세기 만에 무역규모를 1000배나 성장시킨 것. 그러나 외형적 성과에 비해 안을 들여다보면 무역 양극화는 갈수록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으로 등록된 업체는 8만5000개로 이 중 5만달러 이상 수출실적을 낸 곳은 3만6000여개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절반도 안되는 기업만이 수출명맥을 잇는 셈.
대한상의 관계자는 "3만5000여개 중에서도 수출실적 100만달러를 돌파해 '수출의 탑' 포상을 받는 업체는 3분의 1이 안 될 것"이라며 "대기업 중심인 수출구조를 다변화하지 않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2020년까지 무역 2조달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통상정책실장도 "지난해 정부가 무역규모 1조달러를 넘었다고 선전했지만 기업 규모로 보면 대기업은 67%, 중소·중견기업은 33%"라며 "기업 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10배지만 수출액과 비중은 대기업의 10분의 1"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규모별 수출액 추이(자료=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이에 무역 전문가들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의 수출을 확대하려면 우선 분야별로 분산된 수출 지원제도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에 비해 정보를 얻는 수단과 방법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지원제도가 나뉠수록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
실제로 현재 정부의 수출지원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으로 분산돼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무역일꾼 양성도 과제다. 청년고용이 사회적 문제지만 구직자의 눈높이는 여전히 대기업에 쏠렸고 정부도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고용대책은 특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수출 중소기업이 인력부족을 겪는 이유는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 잦은 이직, 낮은 임금과 복리후생, 회사 소재지의 지역적 여건 등"이라며 "인력확보를 위한 고용 보조금지원과 세제지원, 근로환경 개선지원, 중소기업 인식개선 홍보, 외국 인력 지원확대, 산업기능요원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월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중소기업 간담회’가 열렸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자체적인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는 해외 판로 지원과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장려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장상식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2012년 기준 수출 중소기업의 수출품은 평균 3.4개, 수출 대상국은 3.1개"라며 "수출 중소기업에 해외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해외 전시회 참가확대, 해외 유통망 확보, 상품 해외홍보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자금지원 방식의 수출지원 제도를 벗어나 기업별·품목별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통상정보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 지원제도는 수출신용보증과 직접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지원예산 규모도 크다"며 "공급자 측면에 초점을 둔 재정지원도 필요하지만 수출지역과 수요자 중심의 맞춤지원을 통해 수출선을 다양화하고 고객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