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업계 전역에 걸쳐 ‘과잉생산’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하이얼, 하이센스, 창홍 등 중국 메이저 TV업체들의 패널 구매량마저 급감하면서 ‘LCD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2일 시장조사기관 IHS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중국의 TV 제조업체 '빅6'는 지난해 총 5010만대에 이르는 LCD 패널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2012년) 대비 약 6% 줄어든 규모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토종 6대 메이저 TV업체인 하이얼, 창홍, 하이센스, TCL 등의 LCD 패널 구매량이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LCD 업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LCD 치킨게임이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걸쳐 일시적으로 패널 출하량이 크게 늘면서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했지만, 하반기 내내 이어진 패널 수요 약세 탓에 연간 기준으로는 하향곡선을 보였다.
또 중국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LCD 과잉 투자 기조가 올해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여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공급업체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징둥팡(BOE)은 무려 600억위안(한화 10조원 규모)을 투자해 10세대 LCD패널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재 중국에 8.5세대 LCD패널 생산라인은 BOE의 3곳을 포함해 총 8곳의 공장이 있다. 이들 공장의 가동률이 100%인 곳은 BOE의 베이징공장, TCL의 화싱광뎬공장 뿐이다. 이미 업계 전역에 걸쳐 설비 과잉인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곧 수급의 불균형 심화를 의미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BOE의 10세대 최첨단 LCD패널 생산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오는 2015년부터 LCD 시장 '치킨게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도 출혈을 무릅쓰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에 LCD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이미 양산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가격, 물량 경쟁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LCD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CES 2014에서 발표한 ‘G플러스’ 패널의 경우 LCD패널 내 컬러필터의 서브픽셀 배열과 화소 구성을 바꿔 전력을 절감시키는 기술을 탑재하는 등 차별화된 제품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다른 국내 업체들이나 대만 등에서도 저전력에 화면 밝기를 개선한 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G플러스는 올해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고, 현재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市)에서 삼성쑤저우LCD 공장 준공식을 열고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례적으로 제조라인(FAB·공장)부터 모듈까지 모두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등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에서는 중국 정부가 해외 LCD 공급업체에 대해 기존 관세를 8%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모든 중국향 제품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측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수저우 공장.(사진=삼성디스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