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계 극복하라..정유업계, 본업 제치고 부업 눈독

고수익 석화사업·윤활기 사업 통해 정유사업 부진 극복

입력 : 2014-01-23 오후 5:59:15
◇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성장 한계를 돌파하라. 정유업계가 최근 본업을 제쳐두고 부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제마진 축소 여파로 영업이익률이 바닥권 수준인 1~2%대로 추락하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위기극복의 카드는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으로 압축된다. 해외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와 손을 잡는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1일 롯데케미칼과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하고, 오는 2016년 상반기부터 혼합자일렌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혼합자일렌은 합성섬유나 플라스틱, 휘발유첨가제 등에 쓰이는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의 주원료 가운데 하나다.
 
그간 국내 정유사와 화학사들은 혼합자일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현대케미칼의 사업 진출로 국내에서 자체 조달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막대한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은 파라자일렌(PX) 증설에 나서는 등 석유화학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올 상반기까지 100만톤(t) 규모의 울산아로마틱스(UAC) 증설을 완료하고, PX 양산에 나선다. 또 다른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 역시 PX 증설을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인천시와 인천시 서구청의 행정조치라는 암초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역사회가 들끓으면서 해당 자치단체가 행동에 나섰다. 전선을 '대항'에서 '수렴'으로, 지역 반발을 수용하는 모습으로 전환했다. 암초를 넘기 위한 전략적 후퇴다.   
 
GS칼텍스 역시 화학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유사업에 기반을 둔 화학사업을 통해 성장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GS칼텍스는 올 초 신년회에서 '에너지·화학분야에서 최고 가치를 창출하는 동반자'라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GS칼텍스는 현재 일본 다이요오일·쇼와셀과 1조원 규모의 PX공장 합작 건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체코에 연산 3만톤 규모의 복합수지 공장을 완공하고 글로벌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다.
 
복합수지는 자동차 및 가전 부품의 원재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능성 플라스틱으로, 국내 정유사 중 GS칼텍스가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윤활유 사업도 정유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윤활기유는 고도화 정제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를 처리해 만들어지는 윤활유 완제품의 기초원료다.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하면 자동차나 선박, 산업용 윤활유 완제품이 생산된다.
 
SK루브리컨츠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2012년 스페인 렙솔과 손을 잡았다. 스페인 남동부 해안의 카르타헤나에서 일일 1만3300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윤활기유 공장이 계획대로 올해 완공되면 윤활기유 시장의 지위 강화가 담보된다. 앞서 SK루브리컨츠는 지난 2012년 일본 JX에너지와 합작사업을 통해 울산 제3윤활기유 공장을 신설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다국적 석유기업 쉘(Shell)과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했다. 지난해 1월 충남 대산공장에 윤활기유 공장 착공에 나서며 윤할기유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향후 윤활기유 공장을 통해 생산하는 제품 대부분을 쉘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최대 소비국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윤활기유 공장이 상업가동 되는 다음해인 2015년부터는 연간 1조원 내외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본업 대신 신규 먹거리 찾기에 혈안인 이유는 정유사업의 이익 기여도가 현저하게 낮은 탓이다.
 
단적인 예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분기 정유사업이 매출의 75%를 차지했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34%에 그쳤다. 반면 화학사업과 윤활유 사업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9%, 4%에 그쳤다.
 
.그러나 영업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8.7%, 7%에 달했다.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두 배 이상일 정도로 수익이 쏠쏠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돼 수출을 통해 자구책을 모색했지만, 그마저도 마진이 낮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리스크를 상쇄할 자구책의 일환으로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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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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