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정부가 세일즈외교 등 성과와 그 홍보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농어업 보호 등 국내 경제현안에는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와 스위스 순방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는데 이번이 박 대통령의 6번째 해외순방. 이에 따른 성과도 적지 않지만 국내 경제현안에는 무관심해 아무런 진척이 없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7박9일간의 인도와 스위스 방문 일정을 마치고 23일 귀국길에 올랐다. 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도 참석해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대표들을 만나 경제·외교분야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과 중국, 동남아 순방 등 6번의 해외 일정을 소화했으며, 외국정상의 방한까지 따지면 태국과 우간다, 뉴질랜드, 필리핀,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라오스, 그리스 등 11개국 정상을 만나 세일즈외교를 펼쳤다.
이와 관련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의 세일즈외교에 따라 지난해만 총 8건의 정상 공동성명이 발표됐고 총 63건의 경제 관련 MOU가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의 세일즈외교에 따른 양해각서(MOU) 체결 건수(2013년 12월 기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윤상흠 산업부 통상협력총괄과장은 "대통령 순방 때 400여명의 경제인이 수행했고 70여건 정부협의와 민간행사가 열렸다"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45억달러의 개발 프로젝트 수주를 비롯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서 37억달러의 투자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6월 중국 순방 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속도가 붙고 5월 미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 에너지·자원분야의 협력이 강화된 것도 세일즈외교의 수확으로 거론된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등은 지난해 12월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정상외교 성과 극대화 추진 체계'까지 발표하며 박 대통령의 세일즈외교 성과가 기업의 실질적인 사업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세일즈외교만 열을 올리면서 국내 경제현안에는 손을 놨다는 지적이다.
특히 FTA를 비롯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등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농어업계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정부는 '국내 산업계의 피해를 고려해 협상을 추진한다'는 말만 있을 뿐 실질적인 대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대외경제정책 추진방향을 가늠하고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책을 마련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지난해만 16번이나 열었지만 FTA에 따른 농어업인의 피해대책을 세우는 'FTA 이행에 따른 농업인 등 지원위원회'는 최근 2년간 6번만 열었다.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지원위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농업인단체와 소비자단체 관계자가 참석해 현장형 FTA 피해조사를 실시하며 농산물 수입량과 가격을 분석해 농어업인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원위는 출범 직후부터 요식행위 회의를 진행한다는 비판이 컸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농민들 달랜다며 지원위를 만들고는 사실상 자신들의 생색내기용 회의로 전락시켰다"며 "한-호주 FTA까지 타결돼 축산농가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도 지원위가 아무것도 못 하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FTA 공청회 등에서 농어업계의 목소리가 사리진 것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내 첫 TPP 공청회를 열었지만 산업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만 초청됐고 반FTA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사장에서 내쫒겨 반쪽행사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2013년 11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청회' 시작 전 한-중 FTA중단 농수축산비상대책위원회와 FTA대응범국민대책위원회 등 TPP 반대단체들이 공청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