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황창규 회장이 27일
KT(030200)의 새로운 수장으로 45일 만에 정식 선임됐다.
황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가 끝난 뒤 "어려운 시기에 회장으로 선택해주셔서 감사드리며 한편으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통신 대표기업, 1등 KT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가 끝난 후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비리 혐의로 불명예 사퇴한지 두 달여 만이다. 황 회장은 조만간 핵심 임원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고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등 향후 3년간 KT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안으로는 조직을 정비하고 밖으로는 실적개선을 이뤄내는게 황 회장의 시급한 과제다.
◇황창규 회장, KT 구원투수 될까
갑작스런 수장 교체로 심한 과도기를 겪고 있는 KT가 황 회장의 선임을 계기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KT는 계열사만 54개에 매출 23조8000억원, 6만여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거대 공룡기업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통신기업 KT를 앞으로 3년간 이끌게 된 황 회장 앞에는 어느 때보다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안팎으로 가장 어려운 순간에 회장직을 맡았지만 무엇보다 KT의 불확실성을 잠재웠다는 점에서 첫출발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 신임 회장은 가장 먼저 실적개선 과제를 풀어야 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4분기 전망치는 매출액은 5조8600억원, 영업이익은 1200억원, 순이익은 560억원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거대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지만 그간 방만경영으로 인해 주력사업인 통신분야의 수익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황 회장은 경쟁 우위를 극대화하고 통신과 방송, 인터넷, 나아가 비통신 부문과의 시너
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KT의 사활이 걸린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법에 대해 황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KT IPTV와 위성방송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 32%를 차지할 정도로 KT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중요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KT는 30% 휴대폰 점유율도 LG유플러스에 위협받고 있는 상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황 회장의 묘수가 주목된다"며 "전임 회장이 벌여놓은 탈통신 사업도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황의 법칙'이 통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밝혔다.
◇조직개편·경영정상화 '사장단 물갈이' 예고
KT는 오는 28일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의 큰 그림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기 임원 인사는 늦어도 설 연휴 전인 29일 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 회장은 KT CEO에 내정된 이후 방만한 경영과 인사청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개혁 의지를 여러번 표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계열사 사장단을 통틀어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게 KT 안팎의 의견이다.
삼성 출신인 황 회장이 삼성맨을 대거 영입할 것이란 추측도 있지만 그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이 희박하다.
특히 황 회장이 CEO로 추천된 직후부터 핵심 임직원들에게 인사 청탁을 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하면서 인사쇄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KT의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KT는 여전히 공기업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을 정도로 정권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신임 회장이 인사청탁 및 낙하산 인사들을 쇄신하고 내부혁신을 통해 인재발탁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사진=곽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