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빅카드 소비쿠폰, '기대반 우려반'

입력 : 2009-02-23 오후 4:23:00
[뉴스토마토 김종화·장한나기자]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빅카드로 '소비쿠폰'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소비쿠폰은 정부가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이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상품권 형태의 쿠폰을 나눠주는 것이다. 구입비용을 정부가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소비쿠폰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심각한 지금 소비를 늘리고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라며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받는다.
 
반면 쿠폰 발행을 위한 준비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드는데다 저소득층이 직접 사용하지 않고 '상품권깡'처럼 현금 할인을 통해 현금으로 바꾸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달말 편성이 완료될 예정인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최소 1조~2조원 이상이 소비쿠폰 도입에 할당돼 이르면 상반기 중 저소득층에게 지급될 수 있을 전망이다.
 
◇ 정부가 나눠주는 '상품권'..현금보다 효과 '기대'
 
정부는 '소비쿠폰'이 현금을 직접 나눠주는 것보다 경기부양에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쿠폰 지급대상은 빈곤층과 차상위계층,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 등 신빈곤층과 최저생계비 이하 인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산하는 최저생계비 이하 인구만 523만명이다. 대상에 따라 지급규모가 달라지겠지만 1인당 19만원~38만 정도 지급될 전망이다.
 
지난해 11~12월 1435만명에게 2조6520억원이 직접 지급된 유가환급금의 경우 53.5%만이 소비지출에 사용했다는 설문조사 결과처럼 현금으로 나눠줄 경우 절반 정도는 소비에 사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은 사용기간을 명시해 그 기간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기 때문에 소비에 직접 영향을 미쳐 내수가 진작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영일 KDI 연구위원은 "소비쿠폰을 주면 어쩔 수 없이 쓰게 돼 동시에 소비로 100% 이어져 내수 진작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대만의 경우는 지난해 11월 전 가구에 829억 대만달러 규모의 상품권을 지급키로 하고 전 국민 2326먼여명에게 1인당 3600대만달러(한화 14만4000원 상당)짜리 소비쿠폰을 나눠줬다.
 
◇ '소비증가' vs. '복제, 쿠폰깡' 부작용 우려
 
중국도 올해 설연휴를 앞두고 저소득층 7570만명에게 1인당 100~180위안(한화 2만원~3만6000원 상당)을 나눠줬다. 이로 인해 중국은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소매판매가 올들어 25%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은 소비쿠폰이 경제성장률을 0.6% 높이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반향이 커 목표치를 1%로 상향조정했다.
 
미국도 지난해 직불형 카드방식의 '푸드 스템프(Food Stamp)'를 인구의 10분의 1 정도인 2800만명에게 지급해 식품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최대 빈곤층 가구의 130%에 가구당 2000~3000달러(한화 250만원~350만원 상당)을 지급했다. 푸드스템프 1달러당 17~47센트의 식품비 지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일본은 지난 '99년 4월부터 9월까지 저소득층 3500만명에게 1인당 2만엔(한화 31만6000원 상당)짜리 상품권을 나눠주기 위해 모두 7000억엔을 투입했다.
 
'99년 당시 국민들이 쿠폰을 현금화해 저축하는 바람에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해 "예산만 날렸다"는 비판을 들었으나 오는 4월에는 당시의 3배인 2조엔 규모로 소비쿠폰을 나눠줄 예정이다.
 
◇ 사용기한 명시, 액면가 낮게
 
이처럼 소비쿠폰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소비가 살아나 내수가 진작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반짝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찮다.
 
돈이 없는 저소득층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저축하기 위해 '쿠폰깡' 등을 통해 현금으로 마련하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액면가를 낮추고 쿠폰 사용기한을 명시하면 복제와 쿠폰깡 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정부가 예정하고 있는 4월에 당장 시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전문가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사전에 논의돼야 한다"며 "쿠폰자체의 제작은 물론, 사용매장 협의 등 남은 일이 산더미인데 4월 시행까지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장한나 기자 magar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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