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1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근호. ⓒNews1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플랜B'를 찾겠다던 축구대표팀의 1월 전지훈련 성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팀은 1월13일부터 지난 2일까지 브라질과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홍명보 감독이 "80%의 선수 구성을 마쳤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번 전지훈련은 나머지 20%를 채우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브라질월드컵을 4개월여 앞두고 어느 정도 토대가 세워진 대표팀 뒤를 받치는 제2, 제3의 선수들과 전술에 관심이 모아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전지훈련에 10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브라질 현지를 체험해본 것을 제외하고 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에겐 큰 소득이 없었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K리그 선수들과 J리그 일부 선수를 주축으로 23명의 선수가 참가했지만 중도에 하대성(베이징 궈안)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22명이 함께 했다.
대표팀은 ▲코스타리카(1-0승) ▲멕시코(0-4패) ▲미국(0-2패)과 경기를 펼쳐 1승2패를 거뒀다. 경기 내용 또한 1골 6실점으로 초라했다.
이근호(상주)는 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고 선수들도 알고 있다"면서 "아직 준비하는 과정인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은 훈련 일정이 경기력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K리그와 J리그는 지난해 말 시즌을 마쳤다. 선수들 대부분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사실상 대표팀의 주축을 이룬 상황에서, 유럽파들이 합류하지 않은 채 나머지 선수들끼리 경쟁한 것은 훈련 동기부여적인 측면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유럽파 선수들 위주의 대표팀 구성은 앞으로 계속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 위주의 겨울 전지훈련은 의미가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대표팀 경력이 전무한 선수들도 포함됐다. 그만큼 새 얼굴을 찾기 위한 실험도 병행했다. 김주영(서울), 김대호(포항), 이지남(대구), 박진포(성남) 등은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모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지남은 1경기도 출장하지 못했다.
김민우(사간도스)와 박종우(부산)는 선발 출전까지는 성공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명주(포항)는 보다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하며 경기에 임했으나 평소 같은 날카로움을 선보이는데 실패했다.
공격진의 고민도 깊어졌다. 김신욱(울산)은 유일한 골을 터트리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이근호는 여전히 골 결정력에 의문부호를 남겼다.
측면에서 이승기(전북)와 고요한(서울)은 빠른 스피드와 넓은 활동량을 보였으나 세밀함이 떨어졌다. 염기훈(수원)은 모처럼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으나 예전같은 기량을 선보이지 못한 채 멕시코전 45분 출장에 그쳤다. 오히려 전지훈련 막판 유럽에서 들려온 박주영(왓포드)의 이적 소식이 대표팀 공격진을 둘러싸고 뜨거운 화제가 됐다.
중앙 수비진은 줄곧 홍명보 감독의 신임을 받아온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광저우), 곽태휘(알힐랄)가 빠진 가운데 김기희(전북)와 강민수(울산)가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대량 실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좌우 측면 수비진은 비교적 합격점을 받았다. 김진수(니가타)와 이용(울산)은 활발한 공격가담과 함께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특히 김진수는 홍명보 감독이 직접 "한국 축구를 이끌 선수"로 언급해 큰 신임을 얻었다.
골키퍼는 김승규(울산)가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한 가운데 정성룡(수원)이 마지막 미국전에서 골문을 지키며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