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수질논란, 정수기업계 '패닉'

입력 : 2014-02-03 오후 6:42:52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정수기 물에 기준치 이상의 일반세균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정수기 업체들의 속앓이가 깊어졌다. 조사를 진행했던 한국상하수도협회 역시 정수기의 일반세균 유해성 문의로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3일 녹색소비자연대와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등은 '수돗물사랑마을'의 먹는 물 수질 검사를 통해 조사대상 정수기의 절반에 달하는 49%가 일반세균 항목에서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일반세균은 수중에 있는 병원균을 제외한 여러 잡균을 의미하는데, 현재까지 일반세균 농도와 인체 발병 가능성 간 상관성은 규명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일반세균을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미생물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여론에 미친 직접적 파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수기 업체들은 당혹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일반세균 논란이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반세균과 인체 간 상관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된 조사와 보도에 난감해 하고 있다. 대놓고 반박에 나서지 못하면서도 속으로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수질검사 자체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번 조사가 한국상하수도협회의 '수돗물 사랑마을 사업' 일환인 데다, 조사 발표 전 업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도 일체 없었다는 점이 불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세균은 요구르트와 김치 등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유산균 역시 일반세균의 일종"이라면서 "일반세균은 제품과 식품에 따라 허용범위가 다를 정도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물질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수돗물의 안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인체 유해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일반세균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로 정수기 사용자 및 업체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점도 업체들로서는 불만이다.
 
다른 관계자는 "일반세균 기준치 검사항목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것으로 WHO에서도 일반세균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면서 "먹는 샘물을 사도 뚜껑을 열면 공기와 접촉하면서 일반세균이 생기는데 (이번 조사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혼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상하수도협회,
반발이 커지자 한국상하수도협회 관계자는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 정수기 업체를 비방하기 위한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들 역시 혼란에 빠졌다. 정수기 업체와 상하수도협회에 관련 문의가 빗발치는 한편 정수기 계약을 해지한 고객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배관이 의심스러워 수돗물도 못 마시겠다', '정수과정에서 물이 쉽게 오염된다는 건데 다른 방식의 정수기가 필요하다', '정수기 필터가 염소를 필터링하는 것은 중금속 역시 걸러준다는 이야기다',  '수돗물의 염소냐, 정수기물의 세균이냐' 등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상하수도협회에도 일반 소비자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시행한 조사결과가 정수기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 데 대해 협회는 난감해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사람들이 정수기 유해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는데, 정수기 사용자들에게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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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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