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후발주자 "우리는 홈쇼핑으로 간다"

코웨이·청호나이스 '느긋'..기존 방판 유지

입력 : 2013-08-22 오후 4:45:22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정수기 주자들이 시장 공략의 통로로 각기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전략의 성공 여부에 따라 시장에서의 위치는 다르게 됐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등 업계 터줏대감들은 기존의 방문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동양매직과 쿠쿠전자 등 후발주자들은 홈쇼핑을 판매 채널로 삼았다. 뒤늦게 방판에 뛰어들어서는 선두권과의 격차를 쫓기 힘든 데다 영업망 구축에 따른 비용적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쿠쿠전자의 얼음정수기 ICE NO.5 (사진=쿠쿠전자 제공)
쿠쿠전자는 지난 6월 진행했던 홈쇼핑 방송에서 1200대 이상의 주문 예약을 받았다. 정수기 시장 진출 3년 만에 홈쇼핑에서 얼음정수기 부문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쿠쿠 내추럴워터 정수기 신제품 3회 방송 동안 평균 2000콜 이상의 주문을 올려 경쟁사 대비 두 배 수준의 높은 예약주문을 보였다.
 
회사 측은 "밥솥 등 생활가전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쿠쿠의 신뢰도가 정수기의 인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실 렌탈 정수기 홈쇼핑 판매를 처음으로 시작한 이는 동양매직이다. 동양매직은 홈쇼핑 정수기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동양매직은 지난 2008년 렌탈 업계에 진출한 이후 판매량에서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를 넘어선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정수기 렌탈 홈쇼핑 100회 특집방송을 진행할 정도로 성장궤도를 같이 해왔다.
 
이후 홈쇼핑은 후발주자들에게 선두권을 추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됐다. 동양매직의 발자취에 힘입은 덕이다. 
 
정수기 수출 1위인 원봉 역시 일명 '송중기 정수기'라 불리는 루헨스 정수기로 홈쇼핑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 정수기 업체에 제품을 공급해 왔지만 품질력에서 자신 있다는 판단 아래 내수시장을 노리고 '루헨스'를 재런칭, 고객잡기에 나섰다.
 
원봉은 런칭 때부터 주요 판매채널로 홈쇼핑을 염두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부터 홈쇼핑 판매를 시작했다.
 
이처럼 후발주자들이 홈쇼핑에 열을 올리면서 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동양매직의 경우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45% 정도를, 쿠쿠전자는 30% 가량을 홈쇼핑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이라는 채널은 비용과 시간 대비 효율이 매우 높은 판매수단 중 하나"라면서 "매출도 올리는 동시에 광고 효과도 노릴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홈쇼핑의 광고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무형적 수익이 되고 있다.
 
◇코웨이의 스스로 살균 카운터탑 얼음정수기(사진=코웨이 제공)
쿠쿠나 동양매직이 홈쇼핑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반면 코웨이나 청호나이스는 판매채널 다변화 차원에서만 홈쇼핑을 이용하고 있다. 
 
성수기에도 겨우 2~3회 간헐적으로 진행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기존 방판조직을 활용한 판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실적이 꾸준하게 뒷받침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의 활약에도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업계 1위인 코웨이는 지난 2분기 7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한 수치다. 냉정수기 등의 신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여 총누적 계정은 사상 최대인 582만 계정을 기록했다.
 
청호나이스 역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6만6200대의 정수기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6만800대)보다 7%가량 늘어난 수준.
 
이들은 "후발주자들은 판매 채널이 없는 관계로 홈쇼핑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가 정수기 렌탈 판매에 주력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홈쇼핑이 가지는 중저가 이미지가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는 되레 부정적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코웨이나 청호나이스가 홈쇼핑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기존 방판 조직과의 마찰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방문판매가 사람을 직접 거치는 만큼 인건비가 들어가는데 반해 단시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홈쇼핑의 경우 상대적으로 투입비용이 적다.  때문에 기존 방문판매 인력들이 모기업의 홈쇼핑 판매를 반기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코웨이는 홈쇼핑 판매용으로 별도의 실속형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동양매직의 경우 별도로 홈쇼핑용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온·오프라인 판매제품과 동일한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나머지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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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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