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금융감독원이 마치 요즘은 '카드감독원' 같습니다. 지난해 9월경엔 '동양감독원', 얼마전엔 '국민은행검사원' 이었는데.."
금융감독원이 연이은 대형 금융사고 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검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내부업무 공백 불가피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감독소홀→금융사고→태스크포스(TF) 구성→특별검사→인력부족→내부업무 공백'이라는 구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당시 동양그룹 사태가 일어난 초기에 금융권 내에서는 금감원의 감독소홀 문제를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이후 금감원은 특별검사로 전환하고 부랴부랴 김건섭 부원장을 팀장으로 하는 동양그룹사태 피해자지원TF를 만들었다.
금감원 전체직원이 10%에 육박하는 218명 정도가 동양그룹 검사 및 분쟁조정 업무에 파견되면서 급기야 '인력난'이라는 볼멘소리도 나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 당시에 국정감사도 '동양감사', 금감원도 '동양감독원'이 됐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국민은행 비리·부실의혹 사고가 터졌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책임문제가 불거지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감원, 금융업계와 함께 TF를 구성해 제도적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급한 불을 껐지만 이 또한 원론적인 TF구성일 뿐 아니냐는 비판도 많았다.
국민은행 관련 비리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최수현 원장의 특별검사 착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검사역 11명이 투입됐다. 며칠 뒤 검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3명을 추가하면서 단일은행 특검사상 최다 인력이 파견된 것이다.
지난달 1억건이 넘는 초유의 정보유출 사고가 일어나면서 또 다시 금감원은 위기에 직면한다.
이번엔 여신전문검사실, 서민금융지원국, IT감독국을 주축으로 한 '정보유출 공동대응 TF'를 구성했다. 아울러 최종구 수석부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개인정보 불법유통 차단 종합대응단도 꾸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적은 인력으로 운영하기엔 벅찬 큰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인력 수급 문제가 각 부서마다 존재한다"며 "사정이 모두 달라 볼멘소리 하기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력부족 이야기를 꺼내면 고위급에서는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는 말은 아마추어나 하는 것이라 한다"며 푸념했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금융사고 때마다 악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당국 자체의 내부 문제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슈에 업무가 쏠려 여타 금융업권에 대한 상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악순환의 첫 고리인 '감독소홀'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의미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사태수습이 분명히 필요한 시점이지만 쳇바퀴 도는 듯한 순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외환위기, 지난 2003년 카드대란처럼 엄청난 역풍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