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먹고살기 위해 나선 이민 길에서 목숨을 잃거나 사고를 당하는 이주민이 속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200여명이 헤엄을쳐 세우타 해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9명이 익사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령인 세우타는 멜리야와 더불어 매일 수백명의 아프리카인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좁은 바다 한번만 건너면 스페인 영토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유럽 드림'을 꿈꾸는 이들의 이민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익사하는 것을 우려해 모로코와 세우타 사이에 세워진 삼중 장벽을 기어서 넘어오는 이주민도 있다.
이주민 유입은 지난해 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에만 3000명이 넘는 불법 이주민이 유입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두 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이탈리아 또한 이민 인구가 부쩍 늘어난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해군은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아프리카인 1123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하루 동안 1000명이 넘는 이민자가 밀려든 것이다.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보트를 타고 람페두사 해역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마르코 마카로니 이탈리아 해군 대변인은 "8개의 보트에 나눠타고 지중해를 건너는 1123명의 이주민을 구출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 구조작업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엄청난 인원이 작고 낡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경우가 많아 언제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지난해 10월3일에는 이주민들을 태운 낡은 배 두 척이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가라앉아 400여명이 숨졌고 그달 11일에도 27명이 선박 침몰로 목숨을 잃었다.
이탈리아 정부가 '우리들의 바다(Mare Nostrum)' 작전을 세우는 등 해상 감시 활동을 강화했지만, 몰려오는 이민자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글로벌 경기둔화세가 가속화되면서 빈국 노동자들의 이민 인구는 점차 늘고 있다.
마르코 마카로니는 "매달 평균 3000명의 이주민이 스페인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봄이 되면 이민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악화되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불법 이주민들에게 망명자 신분을 부여하는 등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아프리카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고향을 탈출하는 까닭은 생활고 때문이다.
세계은행(WB)의 조사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국가 중 삼 분의 일 이상이 50%를 웃도는 극빈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중 12개국은 60%를 상회한다.
한편, 이주민 유입 비율이 높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이 이민자 수용 비용을 유럽 전체가 부담하자는 안을 내놨으나, 다른 회원국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