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수천억원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정구속된 구자원 LIG그룹 회장(79)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합의5부(재판장 김기정)는 11일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의 실형에 처해졌던 구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돼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아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4)은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다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42)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구 회장의 혐의 가운데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공시한 뒤 좋은 신용등급을 받아 투자자들을 속인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또 LIG건설이 기업어음을 판매해 1799억여원을 가로챈 점과 우리은행에서 200억원을 대출받아 갚지 않은 점, 회계분식 등을 조작해 3308억여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해 판매한 점 역시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구 부사장은 아버지 구 회장이 벗은 혐의가 모두 적용돼 유죄가 인정됐고, 갚을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속이고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까지 더해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구 부회장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이 항소심까지 유죄가 유지돼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허위 재무제표 관련 범행은 기업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혀 결국 기업과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돼 매우 중대한 기업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LIG그룹 대주주 일가는 소유 주식을 회수하려고 회생신청을 미뤄 자금을 조달해 다수의 피해자를 낳았다"며 "기업의 내부 정보를 독점한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정보가 부족한 고객들을 속인 용납하기 힘든 파렴치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LIG그룹은 자금과 회계 관련 자료 등 상당수를 폐기해 증거를 인멸하고, 금감원과 검찰에 자료를 조작해 제출했다"며 "피고인들이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LIG그룹이 피해자 570명의 피해액 834억여원을 배상했고, 대주주 소유의 주식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사실상 피해자들 전원과 합의한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
구 회장은 LIG그룹 총수로서 LIG건설의 회생신청 사전 계획을 최종 승인해 범행의 가담 정도가 무겁지만,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
아들인 구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한 점, 구 부사장은 허위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를 승인해 범행 전부에 가담한 점 등이 각각 적용됐다.
LIG그룹 총수 일가는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200억원 규모의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구 회장에게 징역 3년, 구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각각 선고했다. 구 부사장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단순한 경영실패로 보기 어렵다"며 구 회장에게 징역 5년, 구 부회장에게 징역 9년, 구 부사장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