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발표는 총리로서의 역사적 과제이자 소명이었다"고 밝혔다.
(사진=한고은 기자)
무라야마 전 총리는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게 된 과정과 한일관계의 미래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펼쳤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서울의 날씨가 춥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따뜻하고 그보다 더 따뜻한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하다"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그는 국회 내 소수정당이었던 사회당 대표로 총리직에 선출된 과정을 회고하며 자신이 총리로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우선 해결과제로 삼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그때 생각한 것은 70명 밖에 없는 소수 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됐다는 것은 뭔가 역사적 필연성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고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전후문제 청산'을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민당 의원이 절대다수라 걱정은 됐지만 부결되면 총리직을 던지겠다는 각오로 설득 작업에 임했고 결국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며 담화문 발표까지 어려움도 많았음을 드러냈다.
무라야마 전 총리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을 만나고, 전시회도 봤다며 "우리가 여성의 존엄을 빼앗아 간 것이기 때문에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리 재임 당시 세 당이 위안부 피해자 보상과 관련 의견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피해 여성들이 고령이고 어떻게 해서든 생존 중에 명예회복을 해드려야 하지 않겠냐는 차원에서 일단 국민평화기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모금 참여를 통해 젊은이들이 다시 한 번 전쟁의 역사를 알게되고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갖게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기금 조성의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어 "한국과 대만은 그 때 기금을 받지 않은 분들도 많아 완전히 해결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일본의 정치권과 주요인사가 과거사 관련 망언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일본 국민 전체적으로는 그런 생각 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며 일본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를 당부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국회 일정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북아 평화 및 올바른 한일관계 형성을 위한 좌담회'와 국·내외 언론 대상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일관계 등 동북아와 국제 사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극우 행보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아베 제1내각이 무라야마 담화 정신을 계승한다고 언명했고, 아베 총리가 역사학계에서도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침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도 무라야마 담화 속 침략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얼어붙은 한일관계의 해결방법 중 하나로 '가능한 이른 시간 안에 정상회담 개최'를 제시하기도 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3일 정홍원 총리를 만나 한일 양국의 외교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은 정의당이 초청하고 조선통신사의원연맹, 동북아 평화와 번영 포럼,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의원 모임, 한일의원연맹이 등의 초당적인 협력으로 성사됐다.